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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Feb 18. 2024

성우지망생의 하루 연습 루틴 만들기

늦깎이 성우 도전기(14)

  성우 학원 기초반 수업이 거의 끝나간다. 기초반이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단계 별 공채 준비반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전에 기초반에서 배운 것들을 확실히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 호흡, 발성, 발음으로 구분되는 세 가지 기초를 탄탄하게 할수록 더 깊고 다양한 연기를 배워 나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기초반 수업을 들으며 다양한 기초 연습법을 배울 수 있었다.  호흡은 기본적으로 복식호흡이다. 나중 되면 연기를 위해 흉식호흡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는 하지만, 기초 단계에선 복식호흡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성우는 보통 서서 연기하기 때문에 서있는 자세에서 복식호흡이 잘 되어야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고 인식이 잘 안 되는 경우에는 눕거나 허리를 굽혀서 복압을 느끼는 방법이 있다. 그게 좀 자연스러워지면 앉아서 복식호흡을 연습하고, 이것도 익숙해지면 최종적으로는 서있는 상태에서 복식 호흡을 느껴본다. 호흡은 보통 코로 마시고 입을 자연스레 벌려 천천히 내뱉는다. 조금 더 호흡의 고급 연습법으로 넘가면, 내뱉는 호흡에 방향을 주는 훈련이 있다. 손을 사용하여 손이 움직이는 방향에 호흡을 얹는다. 이를 이미지화하면서 동그랗게 호흡이 뱉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발성은 당연히 배에서부터 복압을 느끼며 나와야 한다. 목에서부터 가벼운 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배에서부터 깊은 소리가 나와야 한다. 마치 목소리에 알맹이가 감싸져 나오듯이 말이다. 호흡에 방향을 주듯 발성 연습을 할 때도 목소리의 방향을 이미지화하는 연습법이 있다. 사람마다 평소 사용하던 발성법이 있고, 심지어는 사투리를 사용하여 발성이 튀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에 이를 잡아주기 위해서 음절을 따닥따닥 붙여서 읽는 연습을 한다. 그럼 자기만의 습관으로 내뱉었던 발성이 평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때도 물론 복압을 느끼며 연습해야만 한다. 발음은 모음 연습을 통해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을 인식하고, 혀의 위치에 따라 조음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래야 무겁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정확한 발음이 나올 수 있다. 혀와 입술을 부지런히 움직여 주어야 긴 문장에서도 발음이 명확히 들리기 때문에, 운동 전 스트레칭을 하듯이 혀와 입술 주변 근육들을 늘려주고 풀어준다.


  호흡, 발성, 발음의 기초 연습 외에도 목을 관리하는 습관을 일찍이 갖춰야 한다. 수시로 목 주변 근육을 마사지해 주고, 성대 또한 근육이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내기 전 목소리의 작은 진동을 주어 풀어준다. 무엇보다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셔서 목이 건조하지 않도록 한다. 커피나 술은 목을 건조하게 하므로 자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가습기를 사용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주는 것도 목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방식이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것은 성우에겐 목관리 측면에서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성우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활동(?)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기도 하다.



  어쨌든 기초를 충분히 다지기 위해서 난 하루 15분짜리 기초 연습 루틴을 만들었다. 학원을 다니며 여러 가지 연습법을 배우고 시도해 본 끝에 내가 부족한 부분을 인지할 수 있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나만의 루틴을 짜보았다. 우선 나는 호흡, 발성, 발음의 세 가지 기초에서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 발성과 발음도 기본적으로 좋은 호흡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15분 루틴의 가장 첫 번째는 복식호흡으로 호흡의 방향성을 이미지화하는 훈련이다. 나름대로 평소 복식호흡은 잘 느끼고 있던 터라 서서 할 수 있는 연습법을 택했다. 누워서 하거나 허리를 굽혀서 하는 것보단 조금 앞 단계 훈련이지만, 충분히 소화 가능할 것 같았다.


  두 번째 루틴은 명확한 발음을 위한 혀와 입술의 스트레칭이다. 각 1분씩 충분히 풀어준다. 확실히 이를 하고 안하고의 발음 차이는 스스로도 느낄 정도이다. 입을 하품하듯 벌려서 성대를 열어주는 스트레칭도 5회 정도 곁들여준다. 평소 나의 말하기 습관이 입술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 흘려 말하기 때문에 발음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듣는 상대방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 명확하게 발음하려는 태도는 분명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는 일이지만, 상대방에게 나의 의도를 훨씬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 볼 수 있다. 루틴에서뿐만 아니라 평소 말할 때도 발음을 확실히 하는 것을 인식하고자 한다.


  발음이 부족한 것을 스스로 많이 느껴서 세 번째 루틴으로는 조음점을 인식하여 바깥으로 소리를 모아 내보내는 훈련을 더했다. 를 정확한 위치에 놓은 후 배에서 나오는 호흡으로 소리를 터트린다. 이를 통해 발성까지도 연습할 수 있다. 이때 먹는 소리가 아니라 터져 나오는 소리를 인식해야 한다. 만약 잘 인식되지 않는다면, 검지와 엄지 손가락을 모아 동그랗게 만든 후 입술 앞에 위치시켜 목소리가 모아져 구멍을 통과할 수 있도록 이미지화한다. 이게 익숙해지면 네 번째 루틴으로 한 호흡으로 음절을 붙여서 말하는 연습을 한다. 호흡량을 늘리고, 쓸데없이 발성이 튀는 것을 방지하는 훈련이다. 말을 펴주는 작업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 정도로 루틴을 잡으면 대략 15-20분 정도 소요된다. 앞서 목 스트레칭과 마사지로 준비 운동(?)을 좀 해준다면, 25-30분까지도 소요될 수 있다. 하루에 이 정도 투자해서 목소리의 기본을 다질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느낀다. 물론 매일 빼먹지 않고 연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말이다.



  루틴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맞게 하고 있는 건지 감이 오지 않지만, 내가 스스로 녹음해 보고 목소리가 점차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겠다. 가끔 선생님께도 피드백을 받아볼 예정이다. 이렇게 꾸준히 연습해 나가다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깊은 호흡과 정확한 발음, 또렷한 발성이 갖춰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역시나 기초 훈련은 따분하고 지루한 행위이지만, 성장해 가는 재미를 느끼며 연습한다면 꾸준히 해 나갈 수 있을 거라 여긴다. 아직까지 성우의 꿈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활활 불타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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