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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Oct 01. 2022

나의 꾸준함을 방해하는 것들

"나만의 꾸준함 전략을 세워보자!"

  나는 기본적으로 꾸준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준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술이나 담배처럼 내 삶을 갉아먹는 악습을 포함하는 건 아니고, 누구에게나 통용될만한 건전한 것이어야 하겠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인생을 살면서 꾸준하게 해 오는 게 무엇이 있을까? 우선 공부다. 우리는 초중고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억지로라도 공부를 꾸준히 해왔다. 심지어 대학교까지 가서 석사, 박사를 거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자신이 터득한 공부가 무기가 되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학교 졸업해봤자 남는 거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삶에서 학교를 통해 배운 것들을 자연스레 써먹고 있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거스름돈을 받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계산한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외국어 간판을 우리는 쉽게 인식한다. 인터넷 뉴스를 읽을 때도 우리는 우리가 갖춘 문해력으로 이를 이해한다. 삶을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체계를 갖추게 하는 것이 우리가 12년간 배운 공부다.


  두 번째로 꾸준하게 해 오는 것은 일이다. 물론 일을 하지 않는 특별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얘기해 보록 하자. 우리는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일을 한다.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사회적인 인식과 그로 인한 보상이 천차만별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일을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일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이긴 한데, 꾸준히 일을 하다 보면 삶에서 깨닫는 바가 생긴다.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지 파악하여, 잘 맞는다면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잘 맞지 않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한 일을 통한 인간관계의 다양한 군상들을 만나며 관계에서 오는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삶의 목적이 없어서 쉽게 우울증이 걸던 사람이 일을 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바빠지고 목표와 목적이 생기자 우울증이 자연스럽게 치료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꾸준하게 일하는 것도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


  이렇게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공부와 일 외에 따로 무엇을 꾸준하게 하고 있는지가 우리의 색, 즉, 나의 정체성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준다. 그게 운동일 수도 있고, 게임일 수도 있고, 독서일 수도 있다. 꾸준하게 하다 보면 분명 내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부가적인 것들을 꾸준하게 하기란 쉽지 않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나에게도 그저 그 정도에 재미로만 느껴질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창대하게 시작하지만, 끝은 미약하기 마련이다. 시작을 알렸던 소품들과 물건들만 집 창고에 가득 쌓여있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꾸준함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무엇이 있을지를 나의 '꾸준함 실패'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필요성의 부재

  나는 영어공부를 학창 시절부터 시작하였지만, 지금까지도 외국인을 상대하면 말 한마디도 잘 못한다. 내 인생의 최대 굴욕 중에 하나가 해외 출장을 가서 영어로 미팅을 하는데 하두 어버버 해서 옆에서 같이 온 동료가 결국 통역을 해주었다. 고맙기도 했지만 굉장히 창피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비즈니스 영어책을 사서 시작해 보았지만, 어느새 책은 앞 장 10페이지를 제외하고 깨끗한 상태로 책꽂이에 꽂혀 있다. 왜 나는 영어공부를 꾸준하게 못할까. 생각해보니 이 해외 출장 외에는 회사에서 영어를 말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저 영어 메일이 몇 번 오고 갈 뿐인데, 이 때는 구글 번역기가 다 해결해 주었다. 영어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내 주변에서 영어를 말할 환경이 거의 없다 보니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레 멀어져 갔던 것이다.

커리어에서 영어가 정말 필요하거나, 외국인과 함께 일하는 환경이라면 학원을 다니든, 스스로 독학하든 해서 어떻게든 영어공부를 꾸준히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결국 나 스스로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껴야만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할 수 있을 거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주변인들의 허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식과 비트코인이 굉장히 부흥했다. 나도 이 분위기에 편승하여 주식과 비트코인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유행에 힘입어 관련된 책들도 쏟아지고 있었기에, 꾸준히 공부하여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자 하였다. 몇몇의 유명 유튜버도 구독하여 열심히 배웠다. 지금처럼만 꾸준히 하면 금세 투자로 부자가 될 것만 같았다. 그러고 나서 배운 것들을 실천하고자 소액으로 주식과 비트코인을 샀다. 아내에게 주식과 비트코인 산 것을 얘기했더니, 끝물인데 왜 지금 들어가냐고 말렸다. 갑자기 뭔가 해보려다가 찬 물이 확 끼얹어지는 느낌이었다. 살짝 의기소침한 상태로 회사 동료들과 주식, 비트코인 얘기를 나눴다.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나니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았다. 내가 공부하면서 얻은 장기적인 투자 전략들을 얘기해주었더니, 회사 동료는 잘못 배웠다며 초단타 스킬을 알려주었다. 지금 같은 시장에선 장기투자가 아니라 초단타로 먹고 빠져야 살아남는 장이라고 말했다. 점차 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저 이번 기회로 꾸준히 투자 공부를 하여 장기적으로 자산을 늘려가고자 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만 늘어놓았다. 뭔가를 꾸준히 하겠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까지는 주변에 알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초반에 의지만 꺾이고 방황만 하게 되어 결국 그들을 원망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보상의 부재

  나는 몇 년 전 블로그를 한 적이 있다. 뭔가 꾸준히 나만의 기록을 남기고 남들에게 도움을 주어서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이었다. 내가 다녀온 맛집이나 여행 코스, 체험 등을 다루었다. 그때도 물론 이런 종류의 블로그들이 차고 넘쳤다. 처음엔 내가 다니고 체험했던 것을 쭉 기록하는 재미로 시작했다. 카페에 가면 인테리어와 메뉴판 사진을 찍었고, 식당에 가면 간판과 음식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몇 달을 꾸준히 하다 보니 블로그 방문자 수도 늘기 시작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확 늘어나진 않았다. 무엇보다 내 게시글에 달린 광고를 방문자가 클릭하여 얻은 광고 수익이 고작 만원도 안되었다. 오히려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고 카페 가고, 맛집 가고, 여행 가고 하면서 쓰는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나왔다. 물론 즐기기 위해 간 것이지만, 블로그에 올릴 것을 생각하여 좀 더 비싸고 유명한 곳으로 가게 되는 경향도 좀 있었다. 이렇게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고 꾸준히 한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별로 없다 보니 점차 블로그 활동을 안 하게 되었다. 심지어 사진 찍느라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도 드니, 꾸준히 기록하는 재미도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꾸준히 하는 것에 있어서도 나만의 작은 보상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만, 그 꾸준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이웃과 함께하며 관계를 쌓아가는 보상이나, 방문자 수나 광고 수익보다는 기록을 통한 자기 발전으로 관점을 바꿨다면, 좀 더 꾸준한 블로그 활동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의 꾸준함을 방해하는 세 가지 요인을 살펴보았다. 물론 이 외에도 사람마다 본인의 꾸준함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을 것이다. 시간 부족, 예산 부족, 흥미 부족 등 꾸준함에 있어서는 넘어야 할 많은 허들이 있겠다. 본인들이 꾸준히 하고자 마음먹었던 활동들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왜 나는 꾸준히 하지 못했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다음엔 이 장애물을 피해 좀 더 꾸준히 할 수 있는 본인만의 전략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꾸준함을 통해 정체된 삶이 아닌 조금씩이라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여러분의 삶을 끌고 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성공한 이들도 모두 그들만의 초보자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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