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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Sep 12. 2022

아빠를 위한 자기 계발서가 없는 이유

"내가 그 책의 주인공이 되기로 했다"

  나도 이제 아빠가 된 지 26개월째이다. 아직도 내 딸이 세 살이라는 의미이다. 굉장히 긴 시간이 흘러간 것 같은데, 그건 내가 육아로 지친 마음의 늙음이었다. 아이를 처음 내 품에 안는 순간 책임감이 물밀듯이 터져 나왔던 게 기억난다.  그때 내 삶은 이 아이를 위해 존재하겠노라고 다짐했지만, 아직도 난 그저 어리숙한 아빠일 뿐이다. 좀 더 제대로 된 아빠로서의 정신적, 경제적 뒷받침 위해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아빠 수업을 받기로 했다.

 

  아이를 낳고 우리 부부는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TV 프로그램을 자주 봤었다. 특별한 사연으로 방송까지 나온 것이기에 나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인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는 오은영 박사의 조언과  최선을 다해 아이와의 갈등을 풀어가려는 부모의 노력들이 내 감정을 뒤흔들었다. 우리 아이가 아직 문제는 없지만, 비슷한 상황이 오면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느 정도 이 프로그램이 내 육아의 정신적인 채움을 주고 있었다.


  자, 정신적인 것은 TV 프로그램으로 배웠으니, 경제적인 것은 무엇을 통해 배워야 할까? 유튜브로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공부를 해볼까 하다가 이 것들은 그냥 남들이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별로 와닿지 않았다. 나에게도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나중에 아이에게도 교육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 여러모로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베스트셀러 중 경제 관련 분야를 찾아보았다. 대부분 베스트셀러 상단에 있는 것들은 성공한 부자들의 자기 계발서였다. 이들의 마인드와 경제관념을 받아들이고, 운이 좋으면 깨달음을 통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러 권의 성공한 이들의 자기 계발서를 읽어보니, 결론적으로 아빠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성공한 이들은 자신이 성공한 스토리와 이를 통해 깨달은 점을 전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성공 스토리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의 삶은 빠져있었다. 성공을 하기 위한 발판은 애가 없을 때 미리 마련해 놔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이가 있더라도 성공을 위해 육아는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것일까? 육아와 병행하면서 자투리 시간으로 자기 계발을 통해 성공하고자 하는 내 의지는 너무나 과한 욕심이었던 것일까?


  이미 늦은 것일 수도 있다. 남들 결혼할 때 결혼하고, 남들 애 낳을 때 애 낳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오다가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미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우리 아이에게 더 넓은 어깨를 내어 주고 싶은 아빠의 책임감이었다. 그럼 어디서 나는 아빠의 자기 계발을 통한 성공을 찾아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에 나온 내용을 실천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내가 아는 아빠들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그나마 부동산으로 투자에 성공하여 사는데 지장 없는 수준이었다. 그 이상 뭔가 특별한 성공의 공식은 없는 듯했다.


  나는 아빠를 위한 자기 계발서의 주인공이 되기로 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당황했을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고,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으니 내가 바라던 모습을 내가 스스로 갖추기로 했다는 의미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먼저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그 가치를 찾아야 했다. 그 가치 속에서 아빠로서 육아를 병행하며 꾸준히 할 수 있는 일들로 내 자투리 삶을 채워나가야 했다. 그것만이 아빠로서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직 초반이지만 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아빠의 자기 계발하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온다면 이를 나와 같이 고민하고 있는 아빠들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예정이다. 꼭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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