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나는 조용한 퇴직을 선택했다는 글을 남겼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우리는 회사에서 '조용한 퇴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용한 퇴직의 의미가 워낙 광범위 하기에 해외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 주변에 말하지 않고 퇴사를 하는 정말 조용하게 퇴직하는 경우도 있고,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개인적인 활동을 늘리는 '워라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최근에 국내에서도 업무시간 외에 업무 관련한 전화, 문자, SNS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업무 카톡 금지법'이 발의되었다고 하는데, 업무 시간 외에는 일절 업무 관련된 연락을 스스로 차단하는 행위도 조용한 퇴직에 동참하는 방법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서 '조용한 퇴직'을 위한 단계 별 실질적인 전략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회사 일은 평균만
조용한 퇴직을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업무의 양을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같은 팀의 다른 팀원들보다 객관적으로 나의 업무량이 많은지 적은 지 체크해 보는 것이다. 다른 팀원들보다 업무량이 적다면, 우리는 불만 없이 그대로만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업무량이 많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조정에 나서야 한다. 팀장에게 업무 분장에 관해 면담을 요청한다던가, 신입이나 계약직 채용을 요청하여 점차적으로 본인의 업무량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일을 많이 처리하고 담당하는 업무가 많다고 하여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회사에서 적당히 오래만 다닐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인정받아서 승진이나 보너스로 보상받아야겠다는 그런 불확실한 다짐은 애초에 생각하지도 말아야 하겠다. 회사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남들이 하는 딱 그만큼만 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들을 해나가야 하겠다. 앞서 얘기한 업무량을 평균으로 맞추기 외에도 아이디어나 기획안을 최소 한으로만 내서 그 일이 내 업무가 되지 않도록 방어하기, 팀에서 나눈 나의 업무 분장 외의 잡 일은 쳐다도 안 보기, 만약 잡 일을 나에게 떠 넘기려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등을 통해 회사 업무는 절대적으로 다른 팀원만큼의 평균만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나머지 시간에 '조용한 퇴직'을 위한 개인적 활동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업무와 거리두기
우리가 평균적인 업무만 하겠다고 다짐했다면, 그다음에는 점차적으로 업무와 거리두기 활동을 해야 한다. 회사와 개인의 삶을 분리한다는 의미이다. 회사 일은 최대한 회사 업무시간에만 처리한다. 업무시간이 끝나는 순간 회사에 대한 생각은 단 1초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업무시간이 끝나도 회사 내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들, 남아 있는 업무에 대한 고민들, 업무시간 외에 오는 업무 관련 메일과 연락들에 집착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점차 내려놓아야 한다. 만약 떨쳐내기 힘들다고 한다면, 업무시간에 고민할 것들에 대해 간략히 목록을 작성하고, 다음 날 업무시간이 시작되면 그 목록부터 펼쳐서 최대한 업무시간 내에 해결하려고 해 보자. 그렇게만 하더라도 업무시간 외의 시간을 우리는 개인만을 위한 시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업무와 너무 친해질 필요 없다.우리가 조용한 퇴직을 선택했다면,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를 했듯이 회사 업무와도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
개인 역량 확보
업무량을 평균으로 맞추고, 회사와 개인의 삶을 분리하기 시작했다면 그다음으로 우리는 개인의 역량 확보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회사에 쏟는 시간과 열정이 줄어든 만큼 개인의 삶에서 그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목표는 '회사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오래 다니기'이지만, 어느 순간 회사가 우리의 조용한 퇴직을 눈치채고 갑작스레 진짜 퇴직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용한 퇴직'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우린 개인의 삶에서 역량을 키워나가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생존을 위협받지 않은 상태로 오래 이 전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아마도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테지만, 가장 쉽게는 회사 업무 외에 본인이 꾸준히 하고 있는 개인적 활동에서 답을 찾을 필요가 있겠다. 예를 들어 퇴근 후에 헬스를 7년 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한다면, 헬스와 관련된 분야로 개인의 역량을 점차 늘려야 한다. 회사에서 아껴놓은 시간과 열정을 여기서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좀 더 전문적인 개인 역량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생활 체육 지도자 자격증, 피트니스 대회 입상, 체형 교정 및 관리 등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적극적으로 채워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준비가 나중에 회사라는 영역이 내 삶에서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우린 방황하지 않고 발 빠르게 내 삶을 지속적으로 나아가게 할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지금까지 '조용한 퇴직'을 위해 우리가 단계 별로 실천해야 할 전략들을 살펴보았다. 아마 조용한 퇴직을 좀 더 쉽게 생각한 사람도 분명 있을 테지만, 나는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회사라는 영역을 줄이는 만큼, 개인의 영역을 키워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삶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영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이런 '조용한 퇴직'을 실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방해물이 생존 문제가 된다. 이 생존의 문제를 개인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점차적으로 준비를 해 나가야만, 우리는 진정한 '조용한 퇴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