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똥이애비 Sep 21. 2022

내가 회사에서 '퇴사 카드'를 선뜻 못 내미는 이유

"'퇴사 보험'을 들은 지 얼마 안 돼서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퇴사'를 마음에 품고 산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 산 로또가 되기만 하면... 또는 이번에 들어간 주식 종목이 상한가 치면... 내가 당장 때려치운다!" 하는 누군가의 말을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중에 그만둔 사람은 보지 못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요즘엔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퇴사를 하고 있다. 첫째, 내 몸 값을 올리기 위해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 둘째, 회사 생활이 안 맞아 개인적인 사업을 준비한다. 셋째,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또는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한 번 만지고는 전업 투자자로 산다. 넷째, 배움 뜻이 생겨 석사 또는 박사과정을 준비한다. 다섯째, 할 것은 없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가 너무 싫어 자발적 백수로 지낸다. 분명 다른 이유로도 퇴사하는 사람들이 겠지만, 내 주변에선 대략 이 정도 범위 내에서 퇴사 이유를 뽑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아직도 퇴사라는 카드를 마음에 품고 당당하게 내밀지 못하고 있을까? 내가 선뜻 퇴사 카드를 못 내밀고 있는 이유를 써 내려가 보도록 하겠다.


월급은 내 마약

  직장인들에게는 항상 겨우 겨우 먹고 살만큼의 월급이 손에 쥐어진다. 이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아이를 돌보고, 미래를 대비한다. 그러다 성과급이라도 한 번 터지면, 그제야 조금 여유가 생긴다. 우리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꾸준히 들어오는 월급은 생활을 유지하고 가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쉽게 다른 일을 생각하지 못한다. 위험 부담이 따르게 되고 몇 달 또는 몇 년 간 월급이 끊긴다면 답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한 달에 한 번 주어지는 마약 차럼 우리는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에 중독되어 다른 삶을 생각하기가 힘들다. 이렇기에 아무리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회사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우리는 퇴사라는 카드를 꺼내기가 어렵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본인이 사업을 꾸리기 전에 망할 것을 염두에 두고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는데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지 계산해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아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우리도 이와 같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는데 얼마만큼의 돈이 들지 계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는 마약 같은 월급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생각해 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제는 매달 받는 월급에 목이 묶여서 다른 데를 쳐다볼 수도 없는 상황을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사라지는 경쟁력

  회사 생활을 몇 년 간 하다 보면 이 규칙적인 생활에 적응하여 익숙해진다. 그러면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정해진 틀 안에 갇혀 있기에 더 넓게 성장하는 것이 어렵다. 딱 회사 생활에서 주어진 일만큼만 발전하고, 우리는 그것을 커리어로 정년까지 회사 생활을 다닐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기업이 크면 클수록 우리가 하는 일은 엄청나게 세분화되어 있고, 그 업무 분장은 굉장히 명확하다. 그렇다는 것은 이직할 수 있는 회사의 범위도 점차 한정되어 간다는 뜻이다. 내가 맡은 일이 다른 회사에서도 많이 필요한 직무라고 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내가 하는 직무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만 있고 다른 회사에는 잘 없는 특수 직무라고 한다면, 우리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이 특수 직무로 성장해도 다른 데로 옮기거나,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 쪽에 속하는데, 회사에서 나름 세부 직무라 팀이 딱 하나만 꾸려져 있고, 다른 회사에서도 필요에 의해 소규모로 이 팀을 갖추고 있지만 그런 회사들이 몇 안된다. 그러다 보니 이직도 쉽지 않고, 이 회사를 그만두면 내가 쌓아온 커리어는 그 순간 끝이 난다. 이렇게 세분화된 직무에 매몰되어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팀을 옮겨가며, 여러 직무를 경험하고 커리어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수요가 풍부한 직무에 있다면, 그 직무를 깊게 파고드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요가 한정적인 직무로 커리어를 쌓고 있다면, 꼭 직무의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퇴사 보험

  자동차를 살 때 사고가 날 것을 대비하여 우리는 자동차 보험을 든다. 일상생활에서도 심각한 병이 걸려 아팠을 때를 대비하여 암 또는 실비 보험, 심지어는 사망 보험까지도 든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무너지는 상황이 생겼다면, 우리는 어떠한 대비를 하고 있는가? 월급이 몇 달간 나오지 않거나, 심지어 젊은 나이에 권고사직을 받을 수도 있다. 즉, 우리의 생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런 위험에 쳐했을 때 보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게 바로 퇴사 보험이다.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퇴사 조치되거나, 스스로 퇴사가 필요할 때를 대비하여 보험과 같이 개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도 실상 이러한 '퇴사 보험'을 적립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내 자리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아직은 막막한 실정이다. 이것이 나의 마음속 퇴사 카드를 당당히 회사에 꺼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이 글을 보는 직장인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꾸준히 시간을 내어 나만의 퇴사 보험을 적립하도록 하자. 그게 재테크든 자격증 준비든, 부업이든, 사업 아이템 구상이든, 글쓰기든 무엇인지는 상관이 없다. 갑작스러운 퇴사에도 우리 생계가 위협받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여 든든한 보험을 마련해 놓도록 하자.


  회사를 다니고 적응하는 순간 새로운 도전은 위험 부담으로 기피하면서 점차적으로 지금 다니는 회사에 내 삶이 매몰되고 만다. 회사가 물론 정년까지 내 삶을 보장해준다거나, 내 커리어가 정년까지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회사만 믿고 내 인생을 맡기기엔 삶이 불안하고, 사람이나 일이 맞지 않아서 내가 스스로 회사에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내가 왜 퇴사 카드를 당당히 내밀고 있지 못하는가?' 생각하며 내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앞서 말한 '월급을 소비하는 습관, 커리어에 대한 경쟁력, 회사 외 개인적인 준비'에 대해 소홀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고, 그 외에 본인만의 퇴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들도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준비하는 시대이다. 어떻게 보면 각박하지만 이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려면, 우리는 미리 회사를 다니면서도 '퇴사 보험'을 들어 놓을 필요가 있겠다.


이전 12화 직장인 10년 차, '물경력'임을 깨달은 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