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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4. 2022
망해가는 회사의 4가지 특징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다!"
우리는 회사를 보는 눈을 키울 필요가 있다. 우리의 순간의 선택에 따라 생각보다 삶이 많이 달라진다. 이름도 모르는 스타트업에 들어갔다가 IPO를 하고 스톡옵션을 받아 대박이 난 사례가 있는 반면에 꽤 유명한 기업임에도 성과급 한 푼 나오지 않는 회사들도 더러 있다. 회사가 면접을 통해 직원을 선별하듯이 우리도 우리 나름의 기준으로 회사를 선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입사하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입사를 하였더라도 빠르게 다음 길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한창 잘 나갈 때 입사를 했다.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정점을 찍고 성과급이 꽤 많이 나온다고 소문이 나자, 신입으로 입사를 하고 싶어 하는 지원자가 많아졌고 실제 그 해 입사 경쟁률은 꽤 높았었다. 하지만 내가 입사하는 순간부터 회사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워낙 튼튼한 기업이라 한순간에 무너질 것 같지는 않은데, 몇 년 간 회사가 엄청 위축되어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뭔가 특별한 결단이 없으면, 상승 사이클로 전환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이렇게 내가 입사하고 나서 망해가고 있는 회사를 보니 내 앞길이 걱정이 되었다. 직원들은 회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으니. 이렇게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직원들 사이에서도 자기만의 살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다. 나는 '망해가는 회사를 보는 눈이 있었다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후회가 되었다. 지금이라도 선택을 해야 했다. 회사에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남아 있을 것인지, 발 빠르게 준비하여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나만의 길을 찾을 것인지 말이다. 어쨌든 선택을 하기 전에 정말로 회사가 망해가고 있는지 분명히 파악할 필요가 있기에, 다음과 같이 망해가는 회사의 4가지 특징에 우리 회사가 포함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줄어드는 연구개발 투자
회사가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결국 망해가는 첫 번째 지표이다. 우리도 열심히 공부해서 미래를 준비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듯이 회사도 마찬가지로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찾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망해가는 회사라면 미래보다는 현재를 대응하는 것에 급급하기에 장기적으로 연구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 그래서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점차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회사가 연구개발 투자가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까? 먼저, 지속적으로 뽑았던 연구개발 인력이 축소되는 경우가 있다. 매년 30명씩 뽑던 연구소 인력이 점차 20명, 10명 씩만 뽑는 것이다. 연구소 신규인력 감소는 대표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는 줄이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이다. 또한 공시 자료나, 재무제표를 통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을 확인해 보는 것이 있다. 3년에서 5년 정도 이 비율을 확인해서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는지 체크해 보면 된다. 연구개발 투자뿐만 아니라 신규 설비 투자 등도 회사가 미래를 준비하는 지표이므로, 신규 설비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
회사가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점차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높여야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망해가는 기업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한다. 특히나 경영진들이나 임원들은 계약직이기 때문에 본인들이 근무하는 동안에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재계약하는 것이 목표다. 1년만 연장해도 들어오는 연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장기적은 비전은 보지 않고, 단기적인 실적만 챙기는데 급급하다. 예를 들어 '1년 안에 원가절감 20프로'라는 아주 단기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목표를 잡고, 직원들을 쪼아대기 시작한다. 직원들은 억지로 목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렇게 급작스러운 목표는 결국 부작용을 낳는다. 원가절감을 하려면 무언가를 빼야 하는데, 그것이 빠지는 것이 문제가 되는지 안되는지 검증하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실적을 올려야 하므로 대충 검증하고 필드로 내보낸다. 그러다가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오게 된다. 원가절감을 통한 이득분 보다 품질 발생 비용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재쳐두고, 단기적인 실적과 성과에만 집착하게 되면 회사의 성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점차 그 부작용이 심각해지는 수준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신규 입사자들의 퇴사
회사에서 가장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누굴까. 바로 신규 입사자들이다. 이들은 회사의 분위기를 살피고, 조직의 문화를 파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으로 눈치를 살핀다. 본인의 행동 양식을 조직과 맞춰가기 위함이다. 신입으로 입사하였든, 경력으로 입사하였든 입사 초반에는 눈치 보느라 여념이 없다. 그중 뚜렷하게 파악하는 것 중에 하나가 회사가 앞으로 내가 다니는 동안 망하지 않고 꾸준히 내 월급과 성과급을 지급해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관점에서 어려워 보인다고 하면, 이들은 어차피 회사에 정이 없기 때문에 발 빠르게 다른 길을 찾아간다. 바로 신규 입사자들의 퇴사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이다. 신규 입사자들이 성과를 내기 전에 입사전형과 교육으로 이미 회사는 비용이 나간 상태이고, 이를 장기적으로 회수하고 나아가 회사에 돈을 크게 벌어줘야 하는데, 신규 입사자가 대거 나가버리는 순간 회사는 엄청난 손해를 입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사과에서도 신규 입사자들의 퇴사율은 엄청 신경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눈치 빠른 신규 입사자들은 회사가 망해가는 분위기가 감지가 되는 순간 다른 회사로 이직 자리를 알아보거나, 자기만의 살 길을 찾는다. 그래서 주변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 "입사한 지 3개월 된 신입이 나간다더라, 들어온 지 한 달 된 경력이 다른 회사로 또 이직한다더라"라는 것이다. 이런 흉흉한 소식들이 지속적으로 들려오면, 나도 모르는 회사가 망해가는 징조가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
회사가 망해가는 최악의 순간이 있다. 나는 이를 '회사가 망하는 악순환의 고리'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일이 많아서 신규 인력을 뽑았는데, 얼마 되지 않아 퇴사하고, 그 업무를 기존 직원들이 떠 앉고 버티다가 도저히 안돼서 기존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경우다. 신규인력뿐만 아니라 기존 핵심인력들이 대거 이탈하는 경우엔 업무에 공백이 상당히 커지고 이를 메꾸기 위해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도 버티지 못해 금방 나가버리고 구멍 난 업무는 그대로 축소되어 버리거나 남아있는 다른 사람에게 암처럼 전이된다. 바로 이게 망해가는 회사의 악순환의 고리이다. 이 고리가 생겨버리면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회사는 엄청난 위기감을 가지고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하지만, 회장 주변엔 입에 발린 말만 하는 임원들과 경영진들이 회장의 눈을 가리고 있어 겉에서 보면 아무 문제없이 잘 굴러가는 듯 보인다. 겨우 겨우 막고 있던 구멍은 물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오게 된다. 곳곳에서 업무의 공백과 대응 부족으로 인해 순식간에 회사는 위기가 찾아오고, 윗사람들은 아래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최대한 버텨본다. 회장이 나가라고 할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