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똥이애비 Sep 15. 2022

직장 생활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되기

"자기만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꾸준히 실행하는 사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신기한 것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자소서로 1차 필터링을 하고, 인성검사와 여러 차례의 면접을 거쳤는데도 사람의 다양성은 훼손되지 않는다. 극도로 소심하여 다른 팀원들 앞에 나서서 얘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본인이 하지 않은 일도 혼자 스스로 한 것처럼 자랑스레 남들에게 떠벌리는 사람도 있다. 조직의 특성에 따라 특정한 사람의 유형이 더 성과를 잘 내고 승승장구하여 팀장이나 임원의 위치까지 올라가는 것 같지도 않다. 윗사람들을 대해보면, 그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다양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해?'라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어떤 사람이 가장 무서울까? 권력이 높은 임원, 회장의 친인척, 나에게 피해를 주는 팀원 등도 무섭다면 무서운 사람이겠다. 이런 것들은 내 노력 여하에 따라서 크게 바뀔 수 없는 것들이다. 그냥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피해 다니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룰 무서운 사람은 직장 생활에서 본인만의 노력으로 스스로 장인정신을 갖춘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보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느끼게 되고, 존경심을 갖게 되면서 '무서운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아마도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인물들이 한, 둘 쯤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보아왔던 '무섭게도 존경스러운 인물'에 대해 묘사해보고자 한다.


남들보다 매일 두 시간 일찍 출근하는 새벽형 인간

  우리 회사에는 가장 먼저 회사에 와서 불을 켜고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 나도 일찍 도착하는 편인데, 항상 와보면 그 사람은 똑같이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어느 날은 자리에 없을 때도 있는데, 알고 보니 회사 헬스장을 다녀온 것이었다. 이 분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아침에 일찍 출근한다. 몇 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대화를 통해 아침 일상을 가늠해보면 대략 5시쯤 기상하는 듯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이것저것 준비하여 회사에 오는 시간이 6시 반. 정규 근무시간인 9시보다 2시간 반이나 일찍 오는 것이다.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 매일의 2시간 반 동안 대체 무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하나 알게 된 것은 특정한 요일에는 헬스장에 가느라고 자리에 없단 사실이다. 어느 날은 내가 7시 반쯤 출근한 적이 있는데,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빈 사무실을 가득 채운 적도 있었다. 보고서를 쓰는 걸까? 회사 일이 아니라면 다른 일을 하고 있나? 궁금했지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다. 정말 무서운 것은 하루도 안 빼놓고 매일 나보다 일찍 와 있다는 것이다. 그 시간은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일 것이고,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꾸준히 뭔가를 하고 있다면 그는 인생의 중요한 무기를 만들고 있으리라. 회사 일을 하고 있다면 남들보다 많은 시간 일하면서 자연스레 성과를 낼 것이고, 회사 일이 아닌 다른 일(예를 들어 글쓰기, 블로그 활동, 운동, 독서 등)에 몰입하고 있다면 꾸준한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단 뜻이었다. 이런 사람은 항상 준비가 되어 있기에 회사의 풍파에 대해 전혀 두렵지 않다. 직장 생활에서 내공이 가득한 사람이 진정 무서운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타이트한 시간 관리 능력자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일정관리의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은 모든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제한된 시간에 맡은 일을 하려니 고되고 힘들다. 그러다 일이 몰리기라도 하면 마감 날짜를 맞추기 위해 야근을 서슴지 않으며, 미친 듯이 막판 스퍼트를 달린다. 그렇게 시간에 쫓겨 억지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에 대한 피드백은 좋을 리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변명을 늘어놓기 바쁘다. "시간이 없기에 그 정도가 최선인 것이고, 사람을 더 뽑아서 일을 줄여주면 그땐 완벽한 보고서가 나올 수 있어요!" 왜 우린 항상 시간이 없을까? 나는 회사에서 답을 찾기 위해 주변 사람을 둘러보았다. 팀 선배 중 한 명이 눈에 띄었다. 왜냐하면 팀원들이 모두 이 사람을 믿고 신뢰하고 있었는데, 막상 일이 많아서 바빠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친하게 지내는 선배라 나도 이 사람이 왜 팀에서 신뢰받고 있는지 대강 알고 있다. 일이 많은 자리임에도 주어진 일정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항상 마감 당일 오전에 완료하거나, 하루 전에 완료해서 남들은 정신없는 마감 당일에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다른 일을 벌써 시작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커피를 마시며 물어보았다. "내일이 마감일인데 바쁘지 않으세요?", "아, 대강 끝내 놓고 마지막 검토만 하면, 내일 오전에 제출할 수 있을 것 같아."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이미 회사 생활을 정통한 배테랑이었고, 일의 전반적인 흐름을 꿰뚫고 있었으며, 소요되는 시간까지 타이트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시간관리의 신이었다. 나는 그가 야근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예전에는 꽤 많이 야근했다고 하는데 적어도 최근 2년간 내가 보아온 모습에서 그가 야근하는 장면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한 번은 너무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아니, 일이 그렇게 몰리는데도, 어떻게 야근 한 번 안 해요?" 친했기에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일이 떨어지면 바로 시작해. 그리고 거의 마감 일주일 전에 초안은 만들어 놓으려고 해. 마감일까지 검토랑 수정만 할 수 있게... 그러다 다른 일이 들어오면 그 일에 집중하다가 틈틈이 이전에 해놓은 초안을 검토하는 거지. 그럼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있어!"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쉽게 말했지만, 나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러기 위해선 이미 밀린 일이 없어야 했고, 일을 시작하고 초안이 완료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스스로 계산해 내야 했다. 이처럼 자기만의 루틴으로 타이트하게 시관 관리하는 사람도 나에겐 '무서운 사람'이었다


무색무취의 조용한 성과자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조직이든 한 명씩은 있는 듯한데, 이 사람이 사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생각이나 개인 사생활에 대해서 표현을 잘 안 하고, 있는 듯 없는 듯 회사 생활을 한다. 그래서 거의 혼자서 점심을 먹거나,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특이한 취향(?)의 사람들이 다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그 사람의 옅은 미소에서 숨겨둔 본성이 드러난다. 우리 팀에도 물론 이런 사람이 있지만, 사실 난 신경을 잘 쓰지 못했다. 그가 경력으로 입사하기도 했고, 나랑은 다른 분야의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 번 짧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무색무취의 느낌이었다. 내 얘기만 잔뜩 쏟아 내었지만, 그는 동조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냥 물처럼 무색무취가 아니라, 얼음처럼 무색무취였다. 본인만의 곤조가 확실히 있는 느낌.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조용한 성과'는 빛이 났다. 다른 사람은 작은 성공으로도 부풀리며 떠벌리기 바쁜데, 이 사람은 엄청난 성과를 내고 회사에서 상도 받았음에도 별 일 아니라는 듯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다음 성과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마치 성과 내는 로봇 같았다. 회사는 이런 사람을 좋아한다. 아무 탈 없고, 요구 사항도 없고, 불만도 없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서 성과를 만들어 낼 뿐이다. 어느 순간 무색무취의 그에게서 발산하는 증기가 느껴졌다. 일에 대한 불 같은 열정이 물을 증기로 만들어 버렸다. 그에게는 아무 데나 갔다 놔도 성공을 이끌어 내는 에너지가 있었다. 왜 사람들이 먼저 다가가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렇게 본인의 에너지로 엄청난 성과를 내고도 조용히 할 일 하는 사람은 존경받을 만한 '무서운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는 '무서운 사람'을 세 명 만나 보았다. 어떤가? 본인이 속한 조직에도 이런 무서운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당신이 그 사람에 속하는가? 나도 이들처럼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존경스러운 직장인으로로 거듭나야 하겠다.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기만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꾸준히 실행'하는 사람들이었다. 멋있고 존경스러웠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들에게 이런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여러분들도 직장 생활을 하며 본인이 생각하는 '무서운 인물'들을 찾아내고 관찰하며, 좀 더 회사 생활에 재미를 느끼고 성장의 에너지를 듬뿍 받기를 바란다.


이전 08화 회사 생활을 '게임하듯이' 재밌게 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