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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Oct 29. 2022

3년의 결혼 생활 후 내가 결국 아이를 갖기로 한 이유

"현실을 뛰어넘는 미래의 낭만과 희망을 꿈꾸다"

  나와 아내는 결혼 후 3년란 기간의 신혼생활을 보냈다. 여기서 신혼 생활은 아이 없이 단 둘이서 보낸 결혼 생활을 의미한다. 그러니 3년이 되는 시점에서 아내의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다는 뜻이 된다. 우리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년이란 기간 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결국엔 합의 하에 아이를 갖기로 하였다. 우선 나는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은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꾼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결혼은 결혼이고, 아이는 또 다른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우리는 결국 결혼 직후부터 상당 기간 동안 아이 얘기는 잘 안 하고 있었다. 신혼이 그렇듯 둘 만의 시간으로도 꽉 찬 행복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요일 밤 퇴근을 하면 집 근처 마트에서 만나 함께 장을 봤다. 집으로 와서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술도 곁들였다. 주말이면 느긋하게 서로 늦잠을 자고 아침 겸 점심으로 근처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먹었다. 그러고는 어디로 놀러 갈지를 정했다. 국내도 좋았고 해외도 좋았다. 둘 만의 시간 동안 아이에 대한 고민은 잘 없었다. 그만큼 둘 만의 시간 만으로도 우리는 즐거워했다.


  그러다가 3년이라는 결혼 생활을 이어오다 보니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둘 만의 시간이 조금은 비어갔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함께 밥을 먹긴 했지만 밤늦게까지 이야기 꽃을 피우진 않았다. 직장 생활이라는 게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비슷한 흐름을 보내기 때문에 이미 많은 것을 공유한 우리는 똑같은 얘기를 또 해야 하는 것에 서로 지겨워지고 있었다. 대신 함께 예능이나 넷플릭스 영화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런 취향도 맞지 않는 날엔 각자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게 주말까지 이어졌다. 나는 헬스라는 취미에 빠져 운동을 하러 다녔고, 아내는 집에 누워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 각자의 시간도 존중하고 있었기에, 굳이 둘이서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더라도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권태로움이 찾아오자 우린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아이가 있는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서로에 대한 반복적인 일상 얘기가 줄어든 시간만큼 아이에 대한 생각과 고민들, 앞으로의 삶에 대한 얘기들로 채워졌다.


  결국 우리는 3년 동안의 결혼 생활만에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 우리가 결혼을 일찍 했기에 그 당시만 하더라도 주변에 아이가 있는 친구들은 잘 없었다, 회사 선배들에게 그나마 아이가 있는 삶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둘이서 아등바등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에 힘겨워하는 사람도 있었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은 여유 있게 아이를 키우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면 부부 둘 중 하나가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전업으로 아이를 키우게 되는 경우도 보았다. 우리는 아이를 갖더라도 맞벌이는 유지하기로 했다. 가진 것이 없었기에 둘이서 열심히 벌어야 했다, 아내가 그나마 공무원이라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탓도 있고, 장모님이 아이를 돌보는 일을 꽤 해왔었기 때문에 용돈을 드리며 손녀딸 케어를 부탁할 수 있었다. 단 둘이 맞벌이해가며 회사에서 눈치 보면서 육아 휴직을 겨우 겨우 쓰고, 부모님도 멀리 살아서 도움도 못 받는 그런 굉장히 힘겨운 육아 생활은 아니라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러니 더욱 아이를 낳고 잘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오만한 생각이었음을 지금도 순간순간 깨닫고 있다. 그만큼 각오한 것보다 훨씬 육아는 힘든 과정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 이유는 결국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단 둘만의 결혼 생활도 물론 행복할 수 있다. 각자의 시간과 함께하는 시간이 서로 존중된다면, 훨씬 자유롭고 꽉 찬 나날들을 보낼 수 있을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이를 갖기로 했다.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아이의 의사는 물어볼 수가 없으므로, 우리는 아이를 사랑으로 대해 행복한 삶을 살게 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그 의무는 굉장히 무겁고 힘겹지만, 우리는 결단코 해내야만 한다. 다행인 건 우리의 어린 시절이 나름 불우했음에도 우리 둘 다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던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인생은 재미없어', '삶은 고난과 고통의 연속이야', '이런 지옥 같은 삶은 나로만 충분해'라는 부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였다면, 우리는 쉽게 결정 내리지 못했을 것이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힘겹고 거친 나날들이 즐비해 있지만, 그 속에서 희망, 보람, 행복, 즐거움을 찾아내는 긍정 눈이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까지 그려보게 된 것이다.


  결국 결혼 3년 만에 딸아이를 갖게 되었다. 10개월 간 품었던 희망이 눈앞의 결실로 나타났을 때 우린 우리의 삶이 다할 때까지 아이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그것이 딸아이를 위한 우리의 최선이고, 모든 부모가 그렇듯 우리가 바라는 아이의 삶이었다. 지금은 아이와 함께한 지 벌써 27개월이 지났다. 사실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힘겨운 생활이었다. 장모님 집 근처로 이사가 장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음에도 맞벌이로 아이 하나를 키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이를 갖게 된 이유가 희망적인 미래를 바라보는 긍정의 태도도 있지만, 이리저리 따져가며 구체적이거나 확실하지 않은 그런 두루뭉술한 마음가짐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우리는 한 번 해보자는 막연하면서도 거침없는 각오를 한 것이다. 실제로 누나가 셋이라 조카가 여섯인 내 회사 동기는 바로 옆에서 현실적인 육아를 간접 체험하면서 결국 딩크를 선언했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과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구체적인 고증들이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라는 존재의 허들을 더욱 높여 놓았다고 본다. 결국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다는 것은 부부가 현실을 뛰어넘는 미래의 낭만과 희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힘겨운 현실을 극복하고 더욱 행복한 가정으로 거듭나는 삶을 꿈꾸고 있기에,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며 지금껏 육아를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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