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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May 17. 2024

[에세이] "작가는 아무나 못하는 거 아니야?"ep.4


(ep.3에서 이어집니다)


자신이 잘 다루는 분위기의 글을 많이 쓰는 것. 이것이 저번 ep에서 말했던 자신의 필체와 필력을 지키며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어쩌면 간단하고 쉬운 말인데 설명을 너무 풀어서 해버린 탓에 복잡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양해 바란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 소설과 시나리오만 주야장천 써대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설명해 주는 글을 쓰는 데는 서툴러서 그런 것이니. 그럼, 이번 ep.4에서는 ep.3에 이어서 다음 단계인 다양하게 쓰는 것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하고서 지금까지 매일,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다. 자기 전 쓰는 짧은 수필과 습관들인 일기는 가능하면 무조건 쓰려고 하니 매일 쓰는 분량이 적어도 A4 1장에서 1장 반 정도는 된다. 이렇게 글을 많이 쓰면서 느낀 한 가지 후회점이 있는데, 바로 내가 잘 쓰는 글만 많이 썼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잘 쓰는 글을 많이 쓰는 건 중요하다. 꼭 해야 할 과정이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잘 쓰는 글"만" 쓰면 안 된다. 필체가 갇히게 되니까. 또한 어떤 글을 쓰는 데 있어 생각하는 흐름도 잘 쓰는 글을 쓸 때처럼 흘러가게 된다. 쓰는 글의 장르와 종류에 상관없이 말이다. 쉽게 말하면, 한 장르만 아주아주 잘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나를 예로 들어서, 나처럼 어둡고 진지하며 난해한 글을 잘 써서 이런 글만 계속해서 쓰면, 일상에서 쓰는 자연스러운 글의 필체도 어두워진다. 추가로, 편하고 쉬워야 할 글도 복잡하고 난해하게 써진다. 당연한 결과다. 글이라고는 그런 글만 써댔으니, 글을 이루는 필체와 생각 흐름이 그런 글들에 특화되어 있는 것이다. 필체가 갇히는 건 사실 큰 문제까지는 아니다. 다양한 글을 써보고, 필체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면 보통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글을 쓸 때 생각하는 흐름이 갇히는 것이다.


글은 생각과 감정을 다듬은 결과다. 그러니 글을 쓸 때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섞인 흐름이 생기고, 이것이 글을 쓰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된다. 만약 이런 흐름이 갇히게 되면 어떤 글을 쓰든 갇힌 흐름을 토대로 글을 쓰게 된다. 나를 예로 들어서, 나는 어둡고 진지한 글만 많이 써서 글을 쓸 때 생기는 흐름도 그에 맞춰졌다. 그래서 나는 가볍고 유쾌한, 즐거운 분위기의 글을 잘 쓰지 못한다. 억지로 쓴다고 해도 어설프고, 쓰다 보면 결국 다시 내가 많이 쓴 글의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이유는 쉽다. 생각의 흐름이 갇혀버렸으니까. 다른 장르의, 다른 분위기의 글을 다른 필체로 써보려고 해도 결국 다시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자신이 잘 쓰는 토대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당연하게도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분위기의 글을 고루고루 써야 한다. 필체와 흐름이 어디 한 곳에 갇히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해결 방법 역시 똑같다. 여태껏 많이 쓴 장르는 잠시 넣어두고, 다른 장르를 가진 글을 쓰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그러니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자신이 잘 쓰는 글의 분위기만 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히려 글쓰기가 서투르고 어색할 때, 자신이 잘 쓰는 글과 다른 분위기의 글을 함께 써보는 것도 좋다. 그러면 자신이 잘 쓰는 글이 입체적으로 바뀌게 되니까. 더욱이 더 빠른 글쓰기 실력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정작 이 글을 쓰는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서라도 내가 여태껏 다뤄보지 않은 장르가 분위기를 쓰며 갇힌 필체와 흐름을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이 글도 나의 노력 중 하나겠고.


이렇게 보니 내가 한 가지 장르만 주야장천 쓰는 걸 되게 나쁘게 취급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 물론 한 장르만 잘 쓰는 것도 좋다. 그러나 필체와 필력이라는 건 한 장르에 계속해서 묶여있으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한다. 한 장르만 쓰는 자신 역시 글쓰기에 지치게 될 것이다. 내가 겪어봐서 아주 잘 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나처럼 한 장르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글을 전부 다 잘 다루는 올라운더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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