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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Apr 15. 2024

[에세이] "작가는 아무나 못하는 거 아니야?"ep.2


(ep.1에서 이어집니다)


이전 ep.1에서는 글을 쓰는 작가에게 비교가 얼마나 치명적이고 큰 역경인지를 말해봤다. 그러니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비교에 더욱 깊게 빠져들지 않고, 빠져들더라도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물론 내가 아래에 소개할 방법도 명확한 정답은 아니다. 그저 나의 경험에서 얻은 것들일 뿐이니,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며 가볍게 읽어주기를 바란다.


우선 내가 아주 잘 사용했었던 방법을 먼저 말해보겠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ep.1에서 작가가 되는 법을 말했던 것처럼, 너무 간단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방법이 뭐냐면, 글을 안 쓰면 된다. 앞선 ep.1에서는 글쓰기를 놓지만 않으면 된다고 해놓고 갑자기 글을 안 쓰면 된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거지 싶을 것이다. 그래서 더 자세하게 첨언을 해보자면, 글을 완전히 놓은 "척" 하고 글쓰기를 "쉬면" 된다는 말이다.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 묻는다면 대답 역시 간단하다. 글쓰기에 질리고 지쳐버려 비교를 하기 시작할 때부터, 글쓰기를 다시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릴 때까지 하면 된다. 물론 이 방법은 자신이 글쓰기를 어느 정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효과는 있다. 왜냐면 이 방법 자체가 인간 심리를 건드리는 것이기에 때문이다.


사람의 청개구리 같은 심리를 나타내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진다." 위 방법은 이 말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방법이다. 간략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질릴 때 그만두고 하고 싶을 때 다시 시작한다." 정도로 축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방법의 원리와 결과에 가까우니, 이 방법으로 빠른 효과를 보기 위해서 챙겨야 할 중요한 팁도 소개해보겠다.


팁은 다음과 같다. 마치 누군가에 의해 글쓰기를 금지당한 것처럼, 위 방법을 사용하는 자기 자신마저 누군가에게 글쓰기를 금지당했다고 속을 정도로 글쓰기를 놓은 "척"에 심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왜 그렇게까지 자기 자신을 열심히 속여야 하냐면, 질리고 지친 글쓰기를 어정쩡하게 쉬어버리는 경우에는 더 큰 역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상의 일부분을 채웠던 글쓰기를 딱 끊어내듯 지워버리면, 자연스럽게 글쓰기가 차지했던 일부분 역시도 비워진다. 여기서 이 일부분을 얼마나 깨끗하게 비우느냐가 관건인데, 괜히 애매하게 글쓰기가 차지하는 부분을 딱 끊어내지 못하고 줄이기만 하면 비교 역시 줄어들긴 하지만 여전히 존재는 하게 된다. 그러면 일상에서 줄어든 글쓰기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놓은 척하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글쓰기로부터 시작된 비교에 더 빠져들기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니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비교가 시작된 근원지인 글쓰기를 일시적으로 가능한 멀끔히 지워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비교가 줄어드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 말이다. 자신과 글쓰기를 최대한 멀리 떼어내고 보면, 비교는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 처음부터 비교는 자신과 글쓰기가 가까웠던 상태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니까. 잘 써지지 않아 스트레스라면, 그냥 안 써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물론 중요한 건 ep.1에서 말했듯 글쓰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닌 그 대신 포기한 "척"에 최대한 심취하는 것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마치 자신과 글쓰기가 완전히 헤어진 것처럼 행동하는 것. 그 상태로 시간이 지나 다시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한 흥미와 관심, 열정이 채워지면 다시 글쓰기를 열심히 하면 된다.


만일 글쓰기를 쉬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 마음이 생길 때까지 더 쉬면 된다. 어차피 대부분의 경우에는 당장 글을 쓰지 못한다고 급격하게 상황이 나빠지는 환경이 아닐 테니 말이다. 그저 중요한 건 글쓰기에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서 글쓰기가 없었던 일상으로 돌아간 것처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다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 역시 그랬고, 내가 바라본 수많은 작가분들 역시 그랬으니까.


(ep.3로 이어집니다)


이전 11화 [에세이] "작가는 아무나 못하는 거 아니야?"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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