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 도태들이 쌓여 만들어진 쓰레기섬 위 피는 꽃은 잿빛 장미. 어쩌면 세상은 흑백세상.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아도 재생될 다음 문장들은 나를 대신해 죽음을 당하고 사인은 커서. 비관적인 사람이 된 건 눈을 감고 상상해서가 아니라 눈을 뜨고 직면해서. 더 이상 나쁠 순 없을 거라는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은 교과서 대신 많은 걸 느끼게 하고. 그러니 상상을 그리는 연필보다는 현실을 다듬는 지우개를 들기 바쁜. 그러나 의미는 없는. 바쁘게 지워봤자 다시 차오르는 새로운 최악. 이게 반복되는 세상은 어쩌면 흑백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