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도. 커다란 냉동창고 안, 고깃덩어리 하나. 보고서 느낀 건 동질감과 동정이었고 그건 달리 살아있기 때문이었지만 사실 다른 건 크게 없었다는 것. 동정은 거울처럼 다가와 나를 비추고 이내 나 역시 죽은 것만 같았다고. 삼십 도를 넘나드는 날씨, 옆은 발을 구르고 팔을 올려대며 열을 내지만 그 사이 나는 여전히 고기 한 덩어리에 불과했으니 여전히 녹아내리는 중. 태양이 나를 세상으로 꺼내면 다시 살아질까, 동질감은 없어질 테고 동정은 받을 차례가 될까. 모두가 이를 경험했을까. 그래서 세상은 이런 모습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