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은 소원의 성취이다.> 자크 라캉은 의도적으로 소원을 욕망으로 오역하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언어학적으로 재해석한다. 나는 마망심리상담정신분석센터에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해마다 열고 올해도 커리큘럼이 완성되어 수강생을 모집 중이다. 강의를 진행 중인 어느 날 나는 밤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깨면서 <52니까 꿈의 해석을 해석해 보아라>는 꿈을 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장면도 생각나지 않고 이 말만 생각이 났다.
꿈을 해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꿈내용>을 요소로 나누어 자유연상을 하면 된다. 연상들은 어떤 한 지점으로 귀결되는데 그것 때문에 꿈을 꾸게 된다. 연상들이 도달하는 지점이 꿈을 꾸게 한 <꿈사고>이다. 의식상태에서 꿈내용을 꿈사고로 바꾸어주는 것이 <꿈의 해석>이고, 잠자는 무의식 상태에서 꿈사고가 꿈내용으로 바뀌는 것이 <꿈작업>이다. 나의 꿈을 요소로 나누어 연상하면 다음과 같다.
1. <꿈의 해석>: 전날 나는 <꿈의 해석> 강의를 준비해 둔 것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일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2. <52>: 52는 내 나이도 아니다. 52는 무엇일까? 나는 다음 강의에서 다룰 꿈작업의 기제인 압축과 이동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무의식은 기호형식(significant 시니피앙)을 따라 움직이니까 52도 소리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52이니까>를 소리나는 대로 적으면 <오시비니까>. 이것을 경상도 식 억양을 살리고, <이>를 추가해서 읽으면 이렇게 읽을 수도 있다. <오시비이니까>가 된다. 이것을 다른 의미로 뜻을 살려 적으면 <옷이 비이니까>가 된다. 그때 나는 이 꿈을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여자들의 패션이 <보여주는> 패션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경상도 식으로 말하면 <비이주는> 패션이다.
그림1. 팰리시앵 롭스의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La Tentation de Saint Antoine)〉, 1878, 나무르, 롭스 박물관.
3. 지난 시간 펠리시앵 롭스의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그림1)에 대해 강의한 것이 생각났다. 격리(억압)된 것이 돌아올 때 격리(억압)가 이루어졌던 바로 그 심역에서 회귀가 일어난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주제와 관련된 다른 그림들 몇몇을 비교하여 설명했다. 15, 6세기의 그림들(그림2)은 주로 악귀들이 성 안토니우스를 유혹하는데 19, 20세기의 그림들(그림3)에서는 그 악귀들이 여자들로 대체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한 가지를 언급했다. 이 주제의 그림은 모두 남자의 환상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강의를 마치고 여자의 유혹 환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이 아쉽게 생각이 되어 다음 시간에 언급을 해야겠다고 메모를 해 두었다.
4. 그리고 히스테리환자들이 순진한 척 통증 호소를 하면서 블라우스의 단추는 두 개나 풀고, 한쪽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면서 보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다리의 치마를 걷어 올린다는 사례를 준비해 두었지만 강의에 사용하지 않았던 것도 떠올랐다.
5. 그래서 나는 다음 시간에,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거나 치마를 걷어 올려 몸을 보여주는(비이주는) 히스테리 환자의 유혹환상을 예로 설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꿈은 3일 전에 서둘러 그 <소원을 성취>시키고 있었다.
6. <해석>: 이 단어가 두 번 들어간 것이 눈에 띈다. <석>자 때문에 아들 이름이 떠올랐다. 몇일 전 아들이 자신의 강박 증상을 말하길래 자유연상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스스로 자유연상을 하여 근원을 찾아가며 말하더니 증상이 사라졌다. 꿈은 <52>로 히스테리증상을, <해석>으로 강박증 증상을 나란히 대비시키고 있다. 물론 롭스의 그림의 <해석>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그림2. 그뤼네발트,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La Tentation de Saint Antoine), 1512~15, 콜마, 운터린덴 미술관.
그림3. 코린트,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The Tempatiation of St. Anthony)〉, 1897, 뮌헨, 신 피나코텍(Nueu Pinakotheck).
* 격리(억압) : 프로이트가 사용한 ‘ Verdrängung’ 을 억압이라고 번역하지만 사실은 그것의 의미는 ‘따로 떼어 보관하다’ 는 뜻이므로 ‘격리’ 로 번역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억압’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 격리’ 로 번역하고 ‘억압’을 괄호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