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중앙역건물입구는 폐쇄되어 있어서 갤러리아쇼핑몰 뒤편에 연결된 통로를 통해서 역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트램과 버스정류장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혼잡하지 않아서 편하게 찾아갈 수 있다.
어제 갔던 보나르카쇼핑센터로 가는 길이 교통량이 훨씬 많았다. 정체된 차들과 클락션 울리는 소리와 사이렌소리가 들리는 길이었는데 그런 소리는 구시가지를 산책하는 동안은 웬만해서는 들리지 않는 소리였다.
그리고 냉장고에 사다 넣어 둔 한국음식재료를 다 먹어치워야 했으므로 숙소로 돌아와서 밥을 해 먹었다.
여행지 아침식사에 빠뜨릴 수 없는 플레이크와 요구르트, 김치와 햄이 들어간 필라프.
이곳의 식재료와 조리도구와 식기류를 이용하다 보면 저절로 퓨전요리가 탄생된다.
Mokate 3 in 1 커피믹스로 탄 믹스커피, 티백에 설탕과 우유를 듬뿍 넣어 끓여 만든 밀크티를 곁들였다. 립톤홍차로 만드는 밀크티는 한국에서 만들어먹으면 좀처럼 이런 맛이 나질 않는다. 배합도 중요하겠지만 우유와 물이 차의 맛에 아주 큰 변수가 되는가 보다. 커피숍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도 약간은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진다.
친구들은 내가 집 떠나서 혼자서 하는 여행을 부럽다고 하지만 일단 떠나보면 알게 된다. 이런 여행이 생각했던 것만큼 즐겁고 행복하고 낭만적이지는 않다는 걸.
그러니 먼 나라로 유학을 떠나 어렵고 힘들고 고독한 시간을 감내하며 공부를 하고 있는 한국의 학생을 마주칠 때면 '밥 한 끼라도 먹자고 할까?' 오지랖이 작동되려고 해서 자꾸만 시선을 돌리고 있다.
산양유로 만든 우유와 요구르트도 괜찮았는데 산양유로 만든 화장품도 괜찮다고 추천을 받았다. 지아야화장품 전문매장에서 약국판매용 아이크림 3개와 선크림을 샀다. 주인아주머니가 처음에 내가 고른 선크림 대신 드라이한 피부에 좋은 약국판매용 선크림을 추천한다고 해서 바꾸어서 계산을 했는데 4개 가격이 2만 2천 원. 진실? 게다가 사장님은 한국 쇼핑객을 많이 만나 본 듯 샘플을 한 주먹이나 챙겨 넣어주면서 '크라쿠프에서 좋은 여행 하시라'는 인사까지 잊지 않았다.
혼자 하는 여행의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를 들자면, 무거워지는 캐리어 무게를 혼자서 감당하려면 쇼핑을 가능한 한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싸고 좋은 화장품을 캐리어에 담뿍 담아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을 해 볼까? 하다가 그 생각도 멈추었다. 쇼핑은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온라인쇼핑이 제일이지!
화장품 가격이 많이 싸서 놀라긴 했지만 이곳의 생필품 물가는 우리나라 물가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다. 스타벅스 커피 4500원(그란데 사이즈), 스프와 음료가 추가된 1인 식사 15000원 정도. 그렇지만 작은 가게 쇼윈도에 15즈워티 가격표를 붙이고 있던 결이 고운 수제 니트 비니를 사지 못한건 아쉽다. 문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는 건 주인 마음이니까... ㅠㅠ
매일 아침저녁 산책길에 꼭 지나가야 하는 르넥광장의 가죽공방에서 무두질이 잘 되어 보이는 작은 가방 하나를 사서 기념으로 남기기로 하면서 크라쿠프에서의 마지막 저녁 산책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