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옆 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성능 좋은 스피커를 틀어놓은 것처럼 크고 맑고 청아했다.
새소리를 녹음해서 유튜브를 검색해 가면서 알게 된 이름은 휘파람새와 되지빠귀였다. 새들의 고운 노랫소리가 봄꽃 가득 핀 한적한 마을을 뒤덮을 때, 놀러 온 지인이 '진짜 새소리가 맞느냐?'라고 깜짝 놀라서 물을 정도였다.
작은 밭에 캠핑의자를 펼쳐놓고 길고양이들과 수다를 떨거나 생각에 잠겨있을 때 더없이 훌륭한 BGM이었으니, 녹음한 새소리를 아들, 딸, 친구들에게 들려주면서 나는 한껏 자랑을 하기도 했었다.
올해는 5월이 지나가도록 그 맑고 고운 새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그 대신 밤나무와 낙엽송 사이로 사납게 싸우는 새들의 소리가 한동안 들렸다.
조금 큰 새가 작은 새 무리를 쫓아내는 그림이 그려지는 험악한 소리였다.
작년 5월 초에 집의 창문틀마다 몰려와 앉아있던 작은 하늘소들도 올해는 보이지 않았으니 아마도 작년과 다른 자연의 생태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을이 신규 전원주택지로 개발이 되고 있는 중이어서 늘 어딘가에는 공사차량과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는 중이다. 택지를 조성하느라 아마도 새들의 집터 몇 개쯤인가는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작년엔 옆 산에서 맑고 커다란 소리로 울던 새가 조금 거친 새에게 밀려나느라 몇 날인가를 거칠게 다투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몇 주 동안 소란스럽던 새들이 나름대로의 구획정리를 마친 듯 옆 산에서는 더 이상 치열하게 다투는 소리가 들리지는 않게 되었지만 작년에 능숙하게 마을 구석구석으로 흩뿌려지던 노래를 부르던 휘파람새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나는 아주 많이 쓸쓸한 마음이었다.
나지막하고 어린 휘파람새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한 5월 하순의 어느날까지 나는 그렇게무척 섭섭한 마음으로 봄을 보냈다.
5월이 가버리기 전, 기다리던 휘파람새의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어린 새의 소리였다. 자신 있게 우렁차게 마을을 휘감아 울리던 큰 새의 능숙한 노랫소리는 분명 아니었다.
조금 먼 곳에서 매일매일 작은 소리로 휘파람새가 노래를 시작했다. 옆산에서 떨어진, 하지만 마을을 벗어나지 않은 나무를 찾아 둥지를 틀었을 어린 새의 소리.
때로는 두 마리의 소리가 약간 어긋나게 교차되며 들리기도 한다.
가끔씩 목덜미를 가늘게 울리는 기교도 부려보곤 하면서 어린 두 마리 휘파람새가 날마다 조금씩 여운이 길어지는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