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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 지 Jul 11. 2023

저마다의 시간

여름, 무더위, 장마 그리고 생명들에게

이른 봄 텃밭에 토양살충제를 뿌렸다.

새로 올라오는 연한 풀잎 사이로 예전에 엄마 집에서 한 번 본 적 있었 청개구리 한 마리가 윤기 없는 청동빛으로 힘없이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살충제의 '어독성'은 개구리의 생기도 거두어가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벌레가 싫은 나는 그리마와 지네와 바퀴벌레같은 것들을 보지 않기 위해서 한 달 주기로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시골의 나무집 방안에는 어지간해서 벌레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마당을 오고 가는 고양이들 덕도 있었을 것이다.

때마다 방역을 해 주고 계시는 마을 분들의 노고도 있을 것이다.

비가 그친 틈에 마당에 나가보니 무성히 자란 호박 덩굴 사이로 어린 청개구리 한 마리가 비를 피하고 있다. 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살충제를 뿌리지 않았고 며칠간 내린 비로 땅에 약해가 적은 때였나 보다.


방풍나물 꽃이 피어서 꽃차를 만들기 위해 꽃대를 자르는데 꽃대 사이로 불쑥 나타난 애벌레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조용히 앉아있지만 사람에게 들킨 벌레들도 한없이 무서워한다는 걸 이젠 알게 되었다.


기약 없는 계절, 긴 긴 여름이 지나는 동안 나는 자주 살균제와 살충제를 뿌리게 될 테니 어서어서 먼 곳으로 몸을 피하라고 말해주면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비를 피해 마당에 올라온 길고양이 한 마리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정말로 밥을 주지 않기로 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그러다가 조용히 산속으로 사라져 갔다.

 

고양이 밥을 주지 않으면서 옆 산에 새소리가 다시 들리고 있다.


고양이도 새도 반가운 나는 그래서 더 고양이 밥을 놓아두지 않을 수가 있어졌다. 어림잡아도 열마리가 넘는 길고양이들이 드나드는 마당에 간혹 보이는 새의 깃털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제는 알 것도 같아서.


내가 놓아두는 길고양이 밥이 새의 보금자리를 빼앗는 일이 되기도 한다면 나는 새와 고양이 사이 어느 편에도 서지 않아야 한다는 백기 선언이다.


바람에 쓰러진 토마토줄기가 놓아버린 초록 토마토와 오이와 호박과 꽃 한 무리를 바구니에 담으며 오래도록 지루하게 보내게 될 저마다의 시간들에게 안부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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