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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참으로 짧은 시간을 산다.
by
미 지
Jun 8. 2022
새벽 아침 뜰에서 수확해 온 라벤더꽃, 히솝, 타라곤, 카모마일 꽃을 우려 보리수청에 섞은 음료 한잔을 내어 새소리 그윽한 열린 창가에 앉아 시간을 적신다.
잊고 있었다. 꽃은 참으로 짧은 시간을 산다는 것을.
이른 봄 살구꽃 벚꽃 산수유꽃이 그랬고 텃밭의 허브 꽃들이 그랬다.
피었나 싶으면 어느새 사그라져서 마음이 함께 섭섭해지곤 했다.
마음껏 열매 맺으라 내버려 둔 밭에서 사그라진 꽃들은 또 미어터질만큼의 씨앗을 영글고 있다.
그 씨앗들이 다 떨구어져 지천으로 내 밭에
꽃으로 피어준다면 그도 괜찮을 일이겠으나, 세상 좁은 밭에 양껏 영역을 펼칠 일도 없을 듯 싶기에 잠시나마 집 안과 밖을 환하게 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벌레 닿지 않은 깨끗한 잎들과 꽃송이들을 골라왔다.
배추꽃은 배추맛이 난다.
고수꽃은 고수맛이 난다.
루꼴라 꽃도 당연히 루꼴라 맛.
펜넬 잎사귀를 수확해서 페스토를 만들고 수확한 꽃과 애기당근을 싱싱하게 담아서 딸아이에게 가져다 줄 생각으로 가슴이 설렌다.
내년 봄엔 배추꽃을 더 많이 수확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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