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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 지 Jun 30. 2022

글을 쓰는 것, 글을 읽는 것.

사랑의 편지가 보내 준 위로

지난 3월 브런치의 기타 제안 메일로 사랑의 편지 류 완 편집께서 연락을 주셨다.


작년 6월 치매로 인해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엄마의 이름'을 지하철 사랑의 편지 포스터로 제작해 몇 개의 지하철역에 약 보름 정도 설치해도 되는지 묻는 제안이었다.


엄마 본인은 물론이고 아버지 우리 남매,  친척들도 모두 진즉부터 엄마는 이제 가족과 같은 공간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화목한 일상을 보내는 일과는 영 이별을 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능한 한 그 이별의 날을 뒤로하고 싶었다. 아니 영 없기를 바랐었다.

시골에 사시는 엄마는 평상시 편찮으실 때 마을 택시를 불러서 혼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곤 하셨는데, 작년 봄부터그런 일상의 일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혼자 하실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코로나로 일반 진료를 받는 일도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후에나 가능한 시기였고, 매번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이 돌아가며 동행해야 하는 일이 거의 매주 반복되고 있었으며 챙겨드리는 식사 거리도 잘 찾아드시지 못하셨다. 코로나로 인한 생활의 제약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가늠할 수 없는 가운데 엄마의 증상은 병원 입원이 필요한 진단 상태가 되었기에 모두들 무거운 마음으로 엄마의 병원 생활 시작을 지켜보고 있을 때 브런치에 올린 글이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 어린이집에 보낼 때, 챙겨 보내는 옷가지들과 소지품들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었는데 아이들은 다 자라서 물건에 이름을 적는 일 같은 것은 필요 없는 일이 된 지 오래. 이젠 엄마를 병원에 보내드리고 필요한 옷가지와 소지품들에 엄마의 이름을 적으면서 느껴지는 서글픔을 일기처럼 올렸는데  그 글을 나의 마음보다 더 섬세하게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는 걸 알고 많이 당황했었다. 그리고 무척 고마웠다.


고백하자면, 엄마가 병원 생활을 시작한 지난 1년 동안 병원에 계신 엄마와 우리 가족은 모두  슬픈 시간을 지내왔다.

코로나 시국이 조금 안정되어서 병원 통원진료가 가능해지기까지만 요양병원에 계시기로 약속을 드렸었기에 엄마가 병원에서 나오시면 생활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밭이 딸린 작은 시골집도 마련했다. 


하지만 엄마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빠져갔다.


매일 아침이면 어제의 기억을 지우고 새롭지 않은 불행감을 매번 이야기하시면서 그동안 엄마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를 조금씩  보여주셨다. 보고 싶지 않았고, 알고 싶지 않았고, 어떤 것은 몰랐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안타까웠고, 알게 해 드리면 달라지실 것 같아서 우리 삼 남매는 어떨 때는 화를 내면서, 어떨 때는 달래 드리면서, 어떤 때는 사과드리면서 엄마가 회복되시길 기다렸다.


지금은 엄마가 차라리 병원을 나가야겠다고 엄마 나름의 전략으로 전화를 하시던 두세 달 전이 차라리 그립다.


엄마의 마음에 닿고 싶어서,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서  엄마의 고향을 다녀 날 난 무조건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과 사죄의 마음만 전해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엄마는 꼭 세 번, 내가 전하는 감사의 마음을 받으셨다. 무척 기뻐하셨고, 짧게 우셨다.

그러나 내가 전하는 사과의 말은 받지 않으셨다. 한 번도.

오히려 훨씬 더 많이 엄마가 미안했다, 미안하다 사과를 하셨다.


그리고 이제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섞이는 기억들과 걷지 못해 힘든 병원생활도 감당해 내시려고 하시는 메시지를 엄마만의 방법으로 보내주고 계신다.


글을 쓰는 것, 글을 읽는 것.

나의 지난 1년의 시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계기였다. 


편집장님께서 7월 초에 올라가게 될 포스터 시안을 보내주셨다.


길고 장황한 글을 모나지 않고 아름답게 줄여주시는 섬세함에 또 놀랐다.

곁들여진 삽화를 보면서 또다시 엄마 생각에 아련해진다.

엄마를 위한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적으로 나를 위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무심한 듯 보내 주신 이런 응원이 또 하루의 슬픔을 견뎌 낼 수 있게 곁에 서 준 친구의 어깨마냥 든든하고 뿌듯하다.

세상 참 따뜻하고 감사한 일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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