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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Aug 21. 2023

[100일 에세이 챌린지] 69. 제주도 3일 차

둘째가 나도 이제 다 컸다며 비행기 좌석 하나 달라고 하네

3일 차 여행의 일정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단순했다.  조식 먹고 렌터카 반납, 그리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우리 아가들은 평소 집에서 좀처럼 하지 못하는 8시간 통잠을 호텔 침대 위에서 했다. 호텔이 비싼 이유가 이런 것인가라며 참으로 신통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네. 아가들 방에 설치해 준 침대도 이른바 '국민침대', '국민매트리스'라 불리며 편안한 잠자리를 선사하는 것일 텐데 말이다.

그렇게 푹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난 아가들을 데리고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결혼 전에도 방문했던 식당인데 그 당시에는 숙취가 너무 심해서 음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육개장만 몇 숟갈 뜨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다시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으리라 하면서 나름 컨디션을 조절했고 지난번보다 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호텔 한편에 아가들을 위한 스페셜 코너가 있었는데 우리 아가들은 이 쪽 음식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둘째는 오로지 미역국에 말은 밥만 먹었고 첫째는 빵 몇 조각만 깨작거리면서 배부르다고 했다. 아무렴 어떠냐. 아예 안 먹는 것보다야 낫지.

"아빠는 오믈렛 위에 트러플이랑 아보카도 올라와 있는 거
 처음 봐서 이것 좀 한 번 더 먹을게." 

그렇게 즐거웠던 2박 3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렌터카를 반납하러 부리나케 이동했다. 1100 도로를 가로지를 때는 전혀 막히지 않던 차가 역시나 공항 근처 노형동에 입성하자마자 막히기 시작했다. 어느 곳을 여행하던지 최소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마음이 편했던 터라 이때부터 조금씩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차를 반납하자마자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었고 탑승 1시간 전에 가까스로 짐을 부치고 탑승수속까지 마치는 데 성공했다. 오늘도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아들과 와이프는 각자의 좌석에 착석해서 이동하기로 했고 딸은 아빠 무릎에 앉혀서 가기로 했다. 미리 준비해 둔 "뽀로로 가방 스티커"와 함께.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는 딸과 함께 창가에 앉아서 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출발할 때 복도 쪽 좌석에 앉아 딸에게 비행기 위에서 보는 하늘을 구경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처럼 딸이 아빠 무릎에 앉아서 가는 여정에 집중하지 못했다. 미리 준비해 둔 사탕과 스티커 붙이기 놀이 세트도 딸의 관심을 끄는 데 충분한 아이템이 되지 못했다. 계속 무언가를 두리번거리며 찾는 시늉을 하길래 오빠 좌석 쪽으로 살짝 앉혀보았더니 벨트를 연신 만지작 거리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자기도 비행기를 탈 때 좌석을 하나 달라는 제스처였다. 최후의 방법으로 스마트폰을 꺼내서 그동안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딸과 함께 추억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행히 20분 정도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고 나머지 20분은 오렌지 주스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2박 3일 제주도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다녀온 뒤 밀린 빨랫감과 캐리어에 가득 담겨있는 여행장비들을 치우느라 요리할 정신이 없어 그냥 간단하게 배달음식을 시켜서 저녁을 때우기로 했다. 아이들을 비롯한 온 가족은 여독이 다소 세게 배어있던 관계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그렇게 나의 여름방학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다음에 또 오게 되면 우리 딸에게도 좋은 좌석을 하나 배정해서 비행기에서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쯤이면 우리 아들, 딸이 지금보다 더 훨씬 자라 있을 테니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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