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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Nov 06. 2023

서발아 같이 놀자

우리 아들이 요새 꽂힌 동물이에요. 발음에 유의하세요 큰일 납니다

지난 주말, 동물원에 가고 싶다는 첫째의 말에 어린이대공원을 방문했다. 원래는 실내 동물원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놀이기구도 함께 타고 싶다는 추가 제안까지 고려하여 최종 선택은 '어린이 대공원'으로 정해졌다. 집에서 차로 30분이면 방문할 수 있고 인근 대학캠퍼스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주차를 할 수 있어 방문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무엇보다 비 소식이 있기 직전 마지막 화창한 날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조건 실외 활동을 하기로 했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는 첫째가 동물을 무서워하고 둘째는 걸음마를 할 수 없어 관람에 다소 애를 먹었다. 1년 사이 부쩍 자란 아가들은 대공원 주변을 연신 뛰어다니며 즐거워했고 여러모로 데리고 오기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요새 호랑이나 사자 같은 동물 그리고 티라노사우르스 등의 육식 공룡 등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맹수 마당이라는 곳에 가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맹수들의 모습을 보기로 했다. 운이 좋아야 동물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때마침 호랑이와 하이에나 등이 어슬렁거리며 관람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었다. 그중에서 첫째와 둘째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호기심을 자아내는 동물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서발'이다. 서발은 표범과 재규어처럼 점박이 무늬가 몸에 있는 육식 동물이었는데 다른 맹수들에 비해 상당히 슬림하고 날렵한 몸매를 가진 것이 특징이었다. 서발은 사바나에 주로 서식하는 고양잇과의 포유류로 정식 명칭은 Serval(서발 또는 서벌)이었다. 다른 맹수들도 많이 있었지만 두 아이 모두 서발의 날렵하고 호리호리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한참을 눈을 떼지 않고 관람했다.

유튜브나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뭇잎 밟기, 모래 놀이하기 등의 자연 친화적인 체험까지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오늘의 나들이는 대성공이었다. 동물원 방문을 마치고 아가들이 좋아하는 놀이동산에 방문하여 접시컵도 타고 회전목마도 타면서 평화롭지만 다이내믹함까지 갖춘 시간을 보냈다. 3시간여를 밖에서 보내서 그런지 둘째는 다소 피곤해하길래 유모차에서 잠시 수면을 취하기로 하고 아직 컨디션이 좋은 첫째와 집에 가기 직전까지 모래놀이를 함께 했다. 그런데 첫째는 오늘 봤던 '서발'이 정말 인상적이었는지 모래놀이터에서도 계속 서발을 부르며 상황극을 했다. 상황극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흠칫하며 나와 아들의 모습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서발'을 어눌하게 발음하는 아들이 마치 욕을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야, 서발아, 멈춰봐. 자동차랑 같이 가야지~~!!"
"서발아, 아빠 서발이 자꾸 혼자 갈라고 해. 서알이가"


이름이 원래 '서발'이기 때문에 '서발'을 '서발'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문젯거리가 되지 않지만 묘하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하물며 온통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라면 '서발'이는 유독 더 또렷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름이긴 하다. 그렇다고 재규어나 하이에나처럼 주변에서 많이 듣거나 접할 수 있는 단어라면 상관이 없을 텐데 생소하기까지 해서 더 문제인 듯하다. 이렇게도 본인을 끔찍이도 생각해 주는 어린이가 있는데 말이다. 그 와중에 '서발'을 대체할 수 있는 한국어로 '서벌'이 등장하니 이건 뭐 갈수록 태산이다. 오늘을 계기로 '서발'이가 더 유명해지고 다른 어린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더 이상의 오해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 그런데 왠지 그 서발 앰배서더를 우리 아들이 할 것 같단 말이지...

어린이집 가서 하루종일 '서발' , '서발' 거리면 선생님이 놀라실 텐데...

선생님께 말씀을 미리 드리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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