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때의 일이다.누나와 난 커다란 튜브 위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바다는 한적했고, 해는 적당히 뜨거웠다. 우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장구를 쳤다.
갑자기 어른들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튜브를 때리는 파도소리만 유난히 크게 울렸다.우린 기분이 이상해져 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겁에 질렸다.
사람들이 점처럼 보였다. 튜브는해변에서 너무 멀어져 있었다. 아무도 우릴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이대로 영원히 사라질 거란 생각에 오줌을 지렸던 것 같다.
어린누나와 난 울고 불며 엄마를 찾았다. 공포감에 얼굴이 하얘졌을 무렵 튜브 옆으로 검은 머리 하나가 쑥 튀어나왔다. 그 머리는튜브를 천천히 해변가로 끌고 갔다.
마침내 두 발이 땅에 닿았다. 우린 엄마 품에서 한참을 더 울었다. 검은 머리의 은인은 옆에서 물을 토하고 있었다. 난 긴장이 풀려 바로 뻗었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숙소로 돌아왔던 것 같다.
눈을 떠보니 밤이었다. 누나와 난 모기장 안에 누워 있었고, 멀리서 어른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툇마루에 앉아 칠흑같이 까만 밤하늘을 올려보다, 아릿한 모기향 냄새에 기분이 좋아진 기억이 난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한 밤이었다.
어젯밤 퇴근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와 내가 바다로 떠내려 갔던 날을 기억하는지 물어봤다. 그때 우릴 구해준 사람이 누구였냐고도. 엄마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걸 어떻게 잊어. 너희 아빠였잖아.
기억이란 얼마나 믿을 수 없는 놈인지. 난 20년이 넘게 가끔씩 그 날을 회상했다. 이름 모를 은인은 잘 살고 있을까.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혼자 아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