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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범 Oct 27. 2021

과거는 훌륭한 스승이다

라떼는 말이 아니다

지방대 출신으로 어렵게 서울에 취업을 하여 방을 구했다.

돈이 없어서 방 3칸짜리 빌라의 방 1칸을 월세로.

집주인은 자녀가 2명인 부부인데 애들이 아직 어려서 방 1칸을 세를 놓기로 했다고 한다.

집주인도 돈을 아끼려고 벼룩시장에 공고를 냈고, 나 역시 벼룩시장으로 집을 알아봤다.


직거래를 하면 안 좋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나는 운이 좋았나 보다.

집주인 부부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애들도 착했다.

냉장고에 나를 위한 별도의 공간도 준비해 줬다. 물론 한번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집주인과 같이 주방을 사용하는 게 불편해서 식사는 외식을 하고 한번도 주방을 사용하지 않았다.


업무 특성상 회식이 많아서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잦았다.

열쇠가 있었기에 집에 들어가는 게 불편하지는 않았고, 가능하면 조용히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여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몇 번 시도를 했지만 열리지 않는 걸 보니 아마도 이중잠금장치를 잠근 모양이다.

근처 찜질방에서 잘 생각으로 돌아서는데 집주인이 문을 열어줬다.

애가 모르고 이중잠금장치를 잠근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한다.


다음날 출근해서 생각을 해봤다. 과연 애가 모르고 그랬을까?

몇 달간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초등학생이 어느날 밤에 갑자기?

새벽에 아무리 조용하게 다닌다고 하더라도 샤워하는 소리 등은 시끄러웠을 것이다.

아마도 애를 핑계로 집주인이 그렇게 하여 나에게 경고를 준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부터는 12시가 넘으면 집으로 가지 않고 회사 근처 찜질방에서 잤다.

찜질방에서 잘 때마다 속으로 다짐을 했다. 돈을 모아서 내년에는 반드시 별도로 구분된 방을 구하겠다고.

결국 그 집에서는 1년간만 거주하고 별도로 구분된 방으로 이사를 했다.

월세가 좀 더 비쌌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해를 생각하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런 얘기를 50대 아저씨가 하면 꼰대, 20대 청년이 하면 공감인가?

얘기를 들을 때 말하는 사람을 보고 선입견을 가지면 좋은 경험을 배울 수가 없게 된다.

라떼는 말이 아니다. 과거는 훌륭한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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