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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범 Feb 05. 2022

유서를 썼다

자살하려고 쓴 건 아니다.

최근에 TV에서 사고 소식을 많이 보게 되었다. 건축현장, 공장, 화재 등.

뉴스를 보면서 ‘나도 뜻하지 않게 갑작스런 사고로 죽는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이 들거나, 사고가 나더라도 즉사하지 않고 천천히 죽는다면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즉사하게 된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해야 할 말을 다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만약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알 수 없지 않는가?

공사장 옆을 지나다가 죽을 수도 있고,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길을 걷다가 씽크홀에 빠져서 죽을 수도 있다. 사고 가능성은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유족이 내 짐을 정리할 것이다.

평소 눈에 띄는 곳에 놔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족이 내 짐을 정리하다가 실수로 버리지 않고 ‘이건 뭐지?’ 하면서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유서를 쓰니 내 주변 정리도 되었다.

내가 죽으면 내 주변을 어떻게 정리해야할 지를 우선 남겼다.

그리고 조심해야할 사람들, 조심해야할 일들, 부탁하는 말, 그리고 인생에 대한 내 생각도 적었다.


유서를 쓰고 나니 마음이 편안했다. 당장 죽어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 ㅎㅎ

나이가 많이 들면 묘자리를 보면 흐뭇해 한다고 한다.

젊어서는 어르신께 죽음을 얘기하면 불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보니 자신이 죽을 자리를 준비한다는 건 마음 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연명치료의향서도 작성했고, 장기기증서약서도 작성했다.

장례, 제사 등에 대한 나의 의견도 적었다.

유족들이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어쨌든 내 유언이 지켜줄 걸로 기대하면서.


유서를 적고 나니 왠지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 기분일까? ㅎㅎ

혹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이 계시다면 유서를 한번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살을 위한 유서가 아니라 사고를 대비하는 유서.

어쨌든 내용은 진지한 진짜 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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