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피만 가능한 관계
밥 먹기는 좀 부담되는 관계다. 언감생심 술은 말도 안 된다.
딱히 만날 필요가 없는 거래처인데,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인사하고 싶단다.
그전 담당자와도 딱히 친하지는 않았는데... 자주 만나던 사이도 아니었는데...
신규 담당자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은데...
뭐, 간단하게 커피 한 잔 하는 정도는 큰 부담은 없을 것 같으니 ^^
2. 밥 먹을 수 있는 관계
그래도 커피만 달랑 마시고 헤어지기에는 좀 섭섭한 관계다.
그렇다고 술까지 마시면서 긴 시간을 보내기에는 부담이 된다.
술을 마시면서 긴 시간 같이 있다 보면 아무래도 얘기하기 싶지 않은 개인사도 들먹이게 될 것 같고...
비용도 어느 한 쪽이 밥 사면 나머지 한 쪽이 커피 사면 된다.
누가 밥을 사고 누가 커피를 사든 비용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3. 술 마시면 좋은 관계
친한 사이다.
할 얘기가 많고 서로 개인적인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사이다.
달랑 커피 한 잔만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밥만 먹고 헤어지기도 아쉬운 사이다.
술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면 즐겁다 ㅎㅎ
4. 술만 마실 수 있는 관계
참 이해할 수 없는 관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는 관계다.
커피 한 잔 하자고 하면 시간 없다고 하고, 밥 먹자고 하면 선약 있다고 한다.
그런데 술 한 잔 하자고 하면 일정표 보고 답 주겠다고 하고선 금방 날을 잡는다.
나는 그와 얘기가 하고 싶어서 커피나 밥을 청했다.
그런데 그는 커피나 밥은 싫고 술은 좋단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해가 되었다.
그는 나와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고 나를 술 핑계로 삼고 싶었던 것 같다.
그에게 나의 존재감은 그저 술 핑계에 불과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굳이 그와 술을 마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술만 마실 수 있는 관계’는 참으로 애매한 것 같다.
친한 것 같기도 하고, 가면쓴 만남 같기도 하고, 껍데기 만남 같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저런 만남을 계속 가져 보니 정리가 된다.
모든 관계 중에서 ‘술만 마실 수 있는 관계’가 제일 안 좋은 관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