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는 사람이 절대 조심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절대 폼을 잡지 말라’는 것이다. L사에서 같이 근무하다가 소기업의 팀장으로 발탁되어간 후배를 1년 만에 만났을 때 ‘과연 이 친구가 이 나이에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도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대기업도 배차가 잘 안 되어서 순서가 늦으면 차 없이 외근을 나가기 일쑤인 시절에 회사에서 영업용으로 팀장에게 배당해 준 중형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은 마치 대기업 임원이라도 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감투를 쓰면 자랑하고 싶은 건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는 호승심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뱁새인지 황새인지는 구분할 줄 알아야 끝이 좋은 법이다.
직장인이 투잡으로 사업을 하게 되면 시간적인 면도 그렇고 자금적인 면도 그렇고 할 수 있는 사업이 한계가 있다. 사업을 선택하려고 분명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상담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들은 모든 이야기를 종합하여 사업을 선택하려할 것인데, 절대 사업의 선택 기준이 ‘보여주는 사업’ ‘폼나는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네 어귀에서 하는 붕어빵장사라도 괜찮다. 내가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해야지, ‘붕어빵장사가 뭐냐?’ 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동창 모임에 가보면 유독 폼을 잡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 결국 허당이다. 그런 것들에 현혹되지 말고, 친구들 만나서 자랑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하지 말고 내가 손해 안 보고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해야 한다.
판촉물에 스크린 인쇄를 해본 경험이 있는 후배와 중국산 볼펜을 수입하여 거기에 개업기념이라는 글자를 새긴 후에 개업사무실에 납품하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개업사무실은 L사의 거래처였는데, 인천에 지점을 열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 L사의 후배가 내가 그런 사업을 한다는 걸 알고 나를 소개시켜줬던 것이다. 그 사무실 사장도 내 후배가 중요한 거래처이니 부탁을 들어주면서 좀 더 좋은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납품규모는 3백만 원, 총 마진은 20퍼센트인 60만 원인 거래였는데, 내가 인천에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비용으로 10만 원을 제하고 수익 50만 원을 내가 30만 원, 후배가 20만 원을 가지는 거래구조였다. 하지만 사실 나는 개업기념 볼펜을 계기로 그 회사와 다른 사업 기회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 회사는 관공서에 안전용품이나 청소용품 같은 것을 납품하는 회사였는데, 그 제품들 중의 일부는 이미 중국산을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었기에 공급선 다변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업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내가 그런 제품을 전혀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이미 중국산을 쓰고 있으니 나도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시작을 했으니 그 회사 사장과 제품에 대한 대화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이었다. 나는 종합상사 출신이라는 자신감과 자존심에 ‘종합상사 출신이 못할 게 뭐 있나’는 훌륭한(?) 마음가짐으로 계속 접근을 했고, 그 회사 사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중국을 두 세 차례 방문하여 샘플도 몇 가지 제시해 보고 했지만 품질과 가격 면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제시하지 못하여 실패하고 말았다.
종합상사 출신이라고 사업 잘하는 것 아니다. 외국 많이 알면 뭐 하나? 결국 사업은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되어야 뭘 해도 하는 것인데, 나는 제품도 잘 몰랐고 시장도 잘 몰랐으니 실패하는 건 예견된 결과였다. 제품을 알고 시장을 알아도 안 될 수 있는 시장에서 종합상사 출신으로서 외국 조금 안다고 까불다가 실패한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품목을 잘 선택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해서 돈 많이 번 사업을 선택하는 뱁새가 되지 마라. 자신의 강점과 단점을 철저히 분석한 후 내가 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 친척이나 친구들한테 자랑스러운 사업을 선택하는 뱁새가 되지 마라.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