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사멸한다

by 이영범

오래전에 버스 차장이 처음 없어졌을 때는 난리가 났었다. 버스 기사도 불편하고 승객도 불편하고 모든 사람들이 불편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올바른 방향이었고 지금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기억조차 못하고 지금의 교통카드 시스템에 맞춰 잘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 핸드폰이 나오고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시작되었을 때도 연세 높으신 분들은 노안 때문에 많이 불편해 했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연세 높으신 분들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직접 전화를 드리곤 했었다. 하지만 그 어르신들이 지금은 스스로 돋보기를 끼고 스마트폰을 사용하신다. 예전에는 해서 불편했지만 지금은 안 하면 불편하니까.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컴퓨터나 핸드폰은 사양이 너무 빠르게 변해서 그것을 변화의 예로 드는 건 이제는 더 이상 적절할 예가 못 될 정도로 기계적인 변화는 따라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일본 기업을 배워서 시작한 우리나라 기업 문화는 전통적으로 근속기간과 연공서열에 따른 직급제도를 기반으로 성장하여 왔다. 하지만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일본식 기업문화에서 탈피하여 미국식 기업문화를 배우면서 근속기간과 연공서열에 따른 직급 보다는 능력에 따른 성과급이 더 중요하게 되었고, 그리고 23년이 지난 지금 기업문화는 아주 많이 바뀌었고,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다.


예전에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이력서가 길면 결격사유였다. 한 번 입사하면 평생 거기서 일을 해야지 자꾸 옮긴다는 건 그만큼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 직장인들이 회사를 옮기는 이유는 기존에 다니던 직장에서 뭔가 문제가 생겨서 잘리는 것 말고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일본식 기업문화이다. 무역을 주 업무로 하는 나는 주 거래처가 미국이어서 그들의 문화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데, 미국 친구들은 이력서가 길면 길수록 인정을 받는다. 한 번 입사하면 늙을 때까지 일을 하는 평생직장 개념은 이미 그들에게는 없다. 일정 주기로 기업주와 연봉 협상을 하는데 그 협상이 틀어지면 바로 이직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스포츠 선수들이나 연예인들은 그런 식으로 협상을 하지만 일반 직장인이 회사의 높은 사람과 그런 식으로 협상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게 일본에서 배워온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였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왜 취득하는가? 국내 대기업에서 자리를 찾을 때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함이다. 일종의 스펙이라는 것. 하지만 지금은 웬만한 스펙으로는 그런 큰 소리를 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미 현재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달라질 수도 있다. 한 때 테헤란 벨리에서 벤처붐이 일어났을 때는 대기업 출신 자원이 없어서 대기업 출신 기술자는 아주 비싸게 귀하게 모셔갔던 적이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많이 사라졌다. 차장급 팀원을 둔 대리급 팀장이 있는가 하면, 같은 회사에서 입사연도가 차이가 나더라도 맡은 업무가 다르면 입사 선후배 관계 보다는 나이에 따른 인생 선후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제 입사 연도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다니던 L사에 놀러 갔다가 오래전에 결혼한다고 그만 뒀다가 애를 둘 낳고 다시 입사한 여직원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과장급에서 적지 않은 경력사원을 보고도 놀랐다. 이제 기업은 예전처럼 신입사원을 뽑지도 않고 예전처럼 사내에서 일을 하지도 않는다. 임원급 직원들한테는 불행한 현상이겠지만 지금 세상은 많이 변했고 앞으로는 더 많이 변할 것이다.


생산직은 노조가 있어서 노조의 보호 하에 해고는 안 당한다고 하여 노조의 보호 하에 계속 있기 위해서 아예 진급을 안 하는 생산직 근로자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뭐 그것도 하나의 생존전략이니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노조의 보호 하에 없는 사무직 근로자나 관리자급 근로자들은 어떡하나? 앞으로 세상은 더더욱 많이 변할 것인데, 어느 날 갑자기 미국식 경영방침을 도입하여 연말에 연봉협상을 한다고 하면 어떡할 건가? 노동법에 따라 해고는 못한다 하더라도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들처럼 실적 부진을 이유로 연봉을 절반 수준으로 깎든지 아니면 사표를 내라고 하면 어떡할 건가? 절반의 연봉을 받고 버티면서 다음 시즌을 기대할건가?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다시 원위치 시키려고 노력하다가는 도태되거나 사멸한다. 변화를 인정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 어느 기업은 담당이 사원급인데 어느 기업은 담당이 임원급이다. 어느 기업은 매니저라는 직급을 새로 만들어서 직급체계를 부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한다.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 대세에 따라야 한다. 지금은 직장인이 한 직장에 목을 매면서 정년까지 일하면서 저금하고 그 저금과 퇴직금을 보태서 노후를 보내는 시절이 아니다. 현재 직장인은 정년까지 일을 할 가능성 보다는 직장에서 해고될지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아마 정년까지 일을 할 가능성은 10퍼센트 미만일 것이고 해고될 가능성은 90퍼센트 이상일 것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바뀌어온 세상에서 가능성이 그러한데 앞으로 세상이 더 많이 변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아마 해고될 가능성이 거의 100퍼센트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하는 세상에서 직장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대책 마련이다. 대책 없는 남편, 대책 없는 아빠, 대책 없는 가장이 될 것인가? 지금부터 준비하라. 어차피 직장은 내가 능력이 없어지면 나를 버릴 조직이다. 버려지기 전에 자구책을 마련하라. 지금 직장을 다니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의식을 부인과 공유하여 부인의 도움을 이끌어 내면 훨씬 더 마음 편하게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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