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로 출퇴근을 하다 보면 잡상인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나 역시 그러한 사업에 관심이 많기에 평소 눈여겨보는데,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품목이다. 아무거나 파는 것 같지만 품목들은 자세히 보면 계절별로 또는 시기별로 품목이 거의 동일하다. 상처보호용 밴드 70개를 천원에 파는 행상이 거의 매일 보이던 시기였다. 마침 집에 상처보호용 밴드가 필요하여 그 행상을 만나면 사려고 전철을 탈 때 마다 보지만 그렇게 자주 보이던 상처보호용 밴드를 파는 행상이 며칠을 출퇴근해도 보이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사무실 근처 천냥백화점에 들러 구입을 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처하면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라는 속담을 들먹이는데, 그것이 아니다. 내가 시기를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비록 행상이지만 그들에게 물품을 공급하는 공급자(아마 도매상일 것이다)들도 나름대로 영업에 대한 계획이 있기에 상처보호용 밴드는 일정 기간 판매한 후 품목을 바꾼 것이다. 절대 ‘개똥’이 아니다.
내가 전철 행상들을 보면서 눈여겨보는 것 두 번째는 행상인이다. 그런 류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달변이다. 속칭 ‘닳아빠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도 말을 잘하고 어떻게 보면 약간의 조폭 분위기 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 이런 종류의 장사를 하려면 어느 정도는 닳고 닳아야 되겠지’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그렇게 닳아빠지지 않은 행상인들도 종종 보게 된다. 한 눈에 보기에는 그런 류의 장사를 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 보인다. ‘저렇게 해서 장사가 되겠어?’ 같은 생각이 들어서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행상인들도 흔히 마주친다. 그 장사를 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을 하고 있다면 아마도 뭔가 계기에 의한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닳아빠지면 좀 더 능숙해지리라.
여러분은 만약 그러한 장사를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에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어떤 일이 떨어져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저녁에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하는 직장인이 직장의 부하를 고객으로 맞이하면 어떨 것 같은가? 멀리서 고객을 확인하고 도망칠 것인가? 그러면 돈 벌기 힘들다. 장사꾼은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 ‘뻔치가 좋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대리운전 영업하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도 뻔치 좋게 굽신 굽신 고객으로 대접할 줄 알아야 한다. 전철에서 행상을 하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서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되었냐?”는 말을 들어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 하나 팔아주라” 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역업을 하다가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열었을 때 만난 사람들도 그랬었다. 마치 대기업 출신이 독립하여 회사에서 하던 업무를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다가 실패하여 말아 먹고 밑바닥까지 갔다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만날 때 마다 “한 번 놀러 가겠다”고 하면서도 4년 반 동안 만날 때만 그 말을 되풀이 하고 한 번도 공인중개사사무실에 찾아오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은 만나면 한 번도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은 적이 없고 한 번도 아쉬운 소리를 한 적이 없다. 나는 대기업 엘리트 출신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인생을 배웠다.
--- (2)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