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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범 Nov 08. 2019

실패하지 않은 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자다

중국 친구의 결혼식이 있어서 아내와 같이 2박3일 일정으로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중국 친구의 거래처중의 한 명인 중국 교포 사업가 한 사람을 만났다. 그 전에 중국 친구와 함께 한국 출장 왔을 때 저녁 식사를 한 번 같이 한 것이 인연이 되어서 합석하여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당시 나는 기존에 하던 화학제품 수출이 부진하여 변신을 생각하고 있던 시기였다. 나는 상대가 누구든 열심히 듣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업가들은 통상 중국 교포 사업가라고 하면 조선족이니 중국장사꾼이니 하면서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화학제품은 만드는 회사도 대기업이고 구매하는 회사도 큰 회사여서 중간에서 거래를 연결하는 무역상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하는데 저는 그렇지 못하여 힘이 듭니다. 인력도 부족하고 자금력도 부족하여 경쟁에서 자주 밀립니다.”

“대기업이라 하시면 삼성, 엘지 같은 그런 회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할 때는 회사의 조직력이나 자금력을 이용하여 사업을 원활하게 만들고 이끌어 왔지만, 독립하여 개인사업체로서 같은 일을 하다 보니 힘에 부친 상황이 자꾸 발생하고, 그것은 무리 없이 이행하지 못하다 보니 일을 자꾸 뺏기게 됩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화학제품은 덩치가 크니 작은 회사가 계속 가지고 있기는 힘든 면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품목을 변경하고자 중국산 욕실용품이나 일반 잡화를 수입하는 사업을 잠시 하기도 했었습니다만 파트너를 잘못 만나 실패하고 말았지요.”

“그럼 지금은 화학제품 수출만 하시고 있겠군요.”

“예. 다른 품목을 해보고 싶지만 실패한 경험도 있고 해서 선뜻 자신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사장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실패하지 않은 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자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대중가요 가사가 모두 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한다. 평소 그런 명언들을 많이 듣곤 했지만 당시 중국에서 중국교포 사업가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으니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그 중국교포 사업가의 주 품목은 의류인데, 당시에는 어느 정도 사업이 자리를 잡아서 안정화 되어 있었지만 그 전까지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중국 친구의 결혼식에서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얘기를 길게 나누지는 못했지만 자신은 내가 생각 하는 것 이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중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애매한 지위의 중국교포,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중국말도 잘 하고 한국말도 잘 하니 사업을 잘 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사람들은 타국인이라고 해서 가까이 가기 어렵고, 한국 사람들은 조선족이라고 하면서 사업가를 사업가로 생각하지 않고 불쌍한 조선족으로 폄하하였기 때문에 사업을 하면서 상당히 오랜 기간 힘이 들었다고 한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서 2천 번을 실험했다고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지당한 말인데,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막상 본인이 그 당사자가 되면 한 번 만에 전구를 발명해야 하고, 매사 실패 없이 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사람인가 보다. 복권 당첨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 보다 어렵다고 하면서도 막상 본인이 복권을 사게 되면 바로 당첨되기를 기대하는 것 역시 사람의 본성인가 보다. 하지만 실패 없이 성공하는 것은 정말 복권에 당첨되기 보다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중국 교포 사업가로부터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실패하지 않은 사람은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다. 실패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맞다. 실패했기 때문에 그것을 거울삼아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 정주영 회장의 말 “해봤어?”는 참으로 명언이다. 직접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결과를 알 수 있단 말인가? 일단 해봐야 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를 미리 짐작하여 실패가 두려워서 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런 사람은 평생 직장생활만 해야 한다. 모든 것을 책임져주는 회사라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회사에서 정형화시킨,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


사업거리를 찾을 때 사전에 꼭 고려해야 하는 게 있다. ‘과연 내가 저걸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 ‘혹시 실패하면 어떡하지?’ 같은 두려움이다. 물론 둘 다 필요하다. 그래서 사전에 치밀하게 조사를 해서 과연 그것을 내가 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작해 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우는 범하지 말기 바란다. 나는 매뉴얼 한 번 보지 않고 파워포인트나 엑셀 같은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딱 한 가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든 사람도 있는데 그걸 쓰지도 못한다면 부끄럽지 않은가?’ ‘만든 사람이 사용자를 위해서 상단에 메뉴 바를 친절하게 만들어줬는데 매뉴얼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매뉴얼 한 번 보지 않고 오피스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잘 사용하고 있다.


실패는 반드시 하게 되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실패는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감기와 같은 것이다. 자주 가볍게 걸려서 며칠 고생하다가 곧 낫곤 하는 가벼운 감기이다. 실패 없이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 공부에서 천재는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백점만 받을 수 있지만, 사업에서는 아무리 타고난 장사 천재라 하더라도 그런 일이 없다. 사업에서 실패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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