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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도 Oct 18. 2021

토스 직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배움이 짧아 빈말을 못 배웠어요 7 - 때로 편견은 무의미하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인터뷰를 갈 때 이미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가는 경우가 있다." 

며칠 전 토스CX와의 인터뷰가 그랬다. 채널톡과의 인터뷰가 인연이 되어 토스가 4월에 설립한 고객 상담 전문 계열사 토스CX의 '사내 문화'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다루는 인터뷰 제안이 들어왔다.


잡플래닛에서 토스를 검색하면 기업 소개 페이지에 대표의 인터뷰가 보인다. 토스 대표는 직장인 사이에서 제법 알려진 상당한 수준의 '높은 업무강도'와 흔히 저성과자를 퇴사시키는 방법이라고 알려진 '스트라이크' 제도에 대해 답했다. 

토스 대표가 토스에서는 자연스럽게 모두가 몰입헤서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사 후 3개월 동안 진행되는 리뷰 기간 이후에 함께 하지 않게 되는 경우는 10건 중 1건 정도라고도 덧붙였다. 그리고 같이 일하기 어려운 동료로 판단될 때 피드백 후 경고를 주는 스트라이크 제도는 충분한 논의와 기간을 두고 이뤄진다고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편견의 힘은 강했다. 

작년 말에 이 인터뷰가 올라온 뒤, 10달이 지나 토스의 계열사 인터뷰를 가면서도 뭔가 나도 모르게 답을 정해두고 가게 될 정도로... 


그래도 절대 티는 내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토스 계열사 건물에 방문했다. QR과 발열 체크로 방문자 등록을 한 뒤 방문자 목걸이를 받고 인터뷰 참가자들이 있는 회의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첫 모습에서부터 내 선입견은 제대로 깨졌다. 라운지, 회의실, 편의점이 위치한 층에서 인터뷰 참가자들의 사진 촬영이 인터뷰 전에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직원들이 참가자들의 개인 컷을 최선을 다해 좋은 각도에서 밝은 표정을 이끌어내며 촬영하고 있었다. 


이들은 곧 내게 촬영된 사진을 보여주며 인터뷰에 담기기에 어떤 느낌의 사진이 어울리는지를 물은 뒤 토스 로고 밑에서의 단체 사진, 개인 사진, 인터뷰 중인 모습을 모두 담고 인터뷰 초반 소리 없이 조용히 퇴장했다. 이것만으로도 이들의 유대를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간 곳 중, 가장 큰 애정과 관심을 담아 다른 직원이 인터뷰 참가자를 찍어준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어진 "토스CX의 합류 이유는?"이라는 질문에서 가구 회사의 본사 직영점에서 4년 동안 영업, 영업관리 일을 한 뒤 토스CX의 Customer Hero로 이직한 이의 답은 한동안 잊기 힘들 것 같다. 


"첫 직장에서 '이 곳에 그냥 이렇게 있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정은 가득한데 그 회사에 쏟고 싶지는 않은 상황이었죠. 그래서 퇴사하고 '어디서 내 열정을 태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여행을 다녔어요. 일본 일주를 하고 미국의 몇몇 도시를 여행한 뒤 유럽으로 가서 배낭여행을 이어갔죠.

그러다 체코 프라하에 빠졌어요. 현지 투어에 참여했는데 가이드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더라고요. 거기에 매료돼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 비자를 준비하고 체코로 떠나 몇 개월 동안 현지 가이드 일을 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한국에 돌아와 토스씨엑스 면접을 봤는데 눈빛이 빛나는 이들이 여기에 더 많더라고요."

(왼쪽부터) 김태영 토스씨엑스 증권전담팀, 문성욱 토스씨엑스 코어전담팀, 박선영 토스씨엑스 뱅크전담팀 직원.

3명 정도로 인터뷰가 구성되면, 그 중 한 명은 보통 명언이나 자신의 애정하는 영화나 소설 속의 대사를 준비해오곤 한다. 그가 준비한 이 문장을 읽을 때 보통 동료들은 귀기울여 들은 뒤 장난스럽게 놀리거나 '나도 준비할 걸' 같은 말을 한다. 

그런데 그가 준비한 말이 아닌 정말 본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자, 주변 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들었다. 이렇게 본인의 말을 할 수 있고 주변에서 이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면서 각자 각기 다른 삶의 내용을 담아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여운이 남는 말을 남긴다면 내 편견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 지점에서 이곳으로 이직한 이에게 '돈 많은 백수나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얻은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가 많은데 금융회사에 다니면서 투자 성공으로 이런 꿈을 꾸지 않냐는 질문을 했을 때는 이런 답변을 받았다. 

"돈 많은 백수는 모두의 꿈 아닌가요? 사실 비슷한 질문을 입사 면접에서 받았었는데, 지금도 그때고 제 답은 같아요. 토스씨엑스와 함께 제가 금융 시장에 획을 긋는 멋진 일원이 된다는 꿈을 이룬다면, 그 꿈을 이뤘을 때 돈 많은 백수보다 행복할 것 같아요."

이런 답은 홍보팀에서 쓴다고 해도 쓰기 힘든 답이다. 진심으로 돈 많은 백수와 파이어족을 꿈꾸는 내게 이 답변은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터뷰로 콘텐츠 업계에 획을 긋겠다는 큰 꿈은 없어도 일단 내 일과 삶에 꽤나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사내 카페, 미용실, 편의점이 있는 층으로 이동해 인터뷰를 함께 기획한 담당자와 일 이야기를 나눴다. 로투스 비스킷을 넣은 라떼를 마시면서 또 한 번 놀랐다. 팀 미팅으로 보이는 자리헤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카페와 미용실로 돌아가 주문을 받고 일을 시작한 것. 

토스의 로투스 라떼 


미용실은 처음이라고 해도, 사내 카페는 그래도 여러 회사에서 봤다. 그런데 카페의 직원과 미용실 직원은 보통 본인들끼리 바 안에서 대화하는 것이 기본이었고 회사의 타직원과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모습만 봤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한 팀으로 대화하고 웃고 떠드는 모습은 처음 봤다. 


'얼마나 업무 강도가 높으면 미용실까지...' 안에 있을까라고 하며 생각했던 나와 달리 이들은 이 회사에 온 뒤 편의점, 미용실, 카페 등에 드는 돈이 없고 시간도 서비스되어 업무에 최대한 집중한 뒤 정시에 퇴근할 수 있다며 만족해했다. 


물론 이들의 말이 그냥 보여주기 위한, 듣기 좋은 말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스트라이크 제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내 토스에 대한 편견은 이렇게 깨졌다. 이들의 반짝이는 눈이 가능한 더 오래 반짝이기를 바란다. 

필름으로 찍은 요즘 회사 - 토스 / 사진 =오승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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