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어린 마음에, 자율적으로 했다고 했다... 누가?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나온 지 30년도 넘은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연가'의 가사가 속상한 마음을 달랬다.
마침 추운 날씨와 함께 밖에 살짝 보이는 덜 녹은 눈과 컴포즈 카페 테헤란로 점의 달달한 레몬티가
기분을 함께 풀어줬다.
카페의 이문세 선곡도 고마웠다. 고생했다며 래몬 티를 사주는 팀장님의 결제도 무척이나 감사했다.
한 통의 전화로 그렇게 힘이 빠진 일은 오랜만이었다.
인터뷰 섭외, 코너 고정 패널 섭외, 보도자료에서 궁금한 부분 묻기, 불편한 질문이 대거 포함된 취재 연락 등으로 사회생활 내내 지겹게 한 전화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전화를 받은 기업의 담당자는 이런 질문이 낯설지 않은 듯 진심이 느껴지는 톤으로 "모든 것이 애사심에서 비롯된 자율적인 활동"이라고 답했다.
잡플래닛이 지난해 새로 만든 매체 컴퍼니 타임스의 일원으로 합류한 뒤 처음으로 '논픽션 실화극장' 코너의 기사 작성을 맡게 되면서 팩트 체크를 위해 처음 건 전화의 답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아이템을 찾던 중 어떤 기업의 전, 현직자들의 공통적인 리뷰가 들어왔다.
상조회비를 월급에서 제한다는 내용은 그런가 보다 했다. 설 선물이 내돈내산 느낌이 든다기에 설 아이템으로 잠시 혹했지만 상조회비의 성격을 생각하면 뭐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제보들이 전화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게 만들었다.
설, 추석 등의 명절이면 사장님의 댁에 가서 같이 음식을 해 먹고, 술을 나눠 마신 뒤 노래방에 가는 일정에 슬슬 '이건 아닌데' 싶은 감정이 올라왔다.
회사의 가족 같은 행보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동네 산이 아닌 이름난 산으로 1박 2일, 2박 3일의 일정으로 거의 매달 1, 2회 등산을 가고 여름이면 바다로 겨울이면 스키장으로 가서 우애를 다진다고 했다.
어지간한 사이좋은 가족도 저러기는 힘들다. 사이좋던 가족도 저러면 멀어질 일들이 생긴다.
업무의 연장처럼 가는 행사인데 휴가가 차감되기도 하고 여행경비와 지각비, 회식비 등이 월급에서 나간다는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이어졌다.
사장님의 번개, 회식의 멤버로 차출되면 가기 전 카톡으로 지정좌석이 전달되고 사장님 양 옆은 젊은 여사원들이 배치되며 주변은 음주가무에 능한 이들이 채운다는 글도 더러 보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물었을 때 나는 사실은 사실이지만...
"애사심 강한 직원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왜 묻는지, 잡플래닛부터 본인들을 돌아보며 잘할 일이지 남의 회사에 왜 그리 관심이 많은지"라는 답변을 들으며 지적받았다.
첫 직장에서 이문세 노래를 듣고 틀 기회를 간혹 얻으며 이렇게 감성 터지는 발라드를 선곡하며 평생 살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도 천국은 아니었고 때때로 주말이면 저 제보 속 직장인들이 겪었듯 회사의 이름 아래 가야 하는 일정들이 있었고 나는 지쳐갔었다.
회사도 나도 서로가 서로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저 정도로 우애를 다지지는 않았고 힘든 일정은 아니었다.
잡플래닛이 먼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말도 맞는 말일 것이다.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온 이 곳은 돌아보기, 자아성찰을 꽤 성실히 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나는 이 안에서 자체 데이터, 제보를 기반으로 기업을 분석하고 직장 생활에 대해 말하는 콘텐츠 작성과 인터뷰에 힘쓰고 싶다.
초등학교 일기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마무리지만, 이 글이 그리고 잡플래닛 컴퍼니 타임스 속의 글들이 조금이나마 나은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뭔가를 바라고 꿈꾸며 보람차다고 느끼던 초등학생 시절의 내가 쓰던 일기 속 바람이 글의 목적과 가장 맞닿아있을지 모른다.
내가 그랬듯 그리고 지금도 누가 그렇듯
직장일은 그냥 직장에서 끝났으면 좋겠다.
설, 추석은 각자 알아서 보내고 취미도 알아서 하면 참 좋겠다.
가끔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대용량 고품질을 표방하며 몇몇 비슷한 콘셉트의 업체와 경쟁하는 이 카페에서 사치스럽게 카운터 옆에서 현란하게 광고하는 시즌 음료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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