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는 지금까지 아빠가 생부라고 알고 있었다!
2014년 2월 23일 일
겨울이 끝나가는 2월의 일요일.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멀지 않은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다녀왔다.
채선당에서 맛나게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봄이가 귓속말을 하고 싶다며 나를 불렀다.
“엄마! 아빠랑 엄마랑 결혼했으니까
임신해야지!”
“어??? 왜???”
“결혼하면 임신하잖아.
그러니까 이제 아기 낳아야지.”
“아... 그래. 그런데 엄마랑 아빠가 결혼해서 임신해서 지윤이오빠 낳았잖아.”
“그래? 나는 몰랐었는데.
그럼 이제 임신해서 내가 태어나면 되겠네.”
“어? 엄마가 지금 임신하면 봄이가 아니라 더 어린 아기를 낳는 건데.”
“아~ 그렇구나. 내가 깜빡 잊었어.
그럼 나를 낳은 엄마도 결혼하고 임신한 거야?
아빠랑 나를 낳은 사람이 결혼해서 내가 태어난 거야?”
순간 너무 깜짝 놀랐고
여기서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봄이가 아빠랑 생모가 결혼해서 자기를 낳았을 거라고 생각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런데 전에 책에서 읽었던 입양아의 친생부에 대한 오해가 생각났다.
모든 입양아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생모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다 보니
생부에 대한 이슈는 간과하게 된다.
그래서 입양아들은 자신을 낳아준 생모가 지금의 아빠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인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글을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봄이가 그렇게 말을 하니 깜짝 놀랐다.
“아빠는 엄마랑 결혼을 했고,
봄이를 낳아주신 분은 결혼해서 임신한 건 아니었어.
지금은 결혼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땐 결혼 안 했었어.
결혼하고 임신을 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하지 않고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는 사람도 있어.
그리고 결혼하고 임신 안 하는 사람도 있어.
그건 사람들마다 다 다른 거야~.”
“그래? 나는 몰랐어.
그런데 엄마가 임신하면 좋겠어.”
“왜?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아니. 결혼하면 임신해야 되잖아.
티브이에 나오던데?”
“아니야. 엄마는 지윤이 오빠 낳았잖아.
그리고 결혼해도 임신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혹시 동생 필요한 거야?”
“아니라고! 아기는 좋은데 아기 있으면 엄마가 아기랑 많이 있으니까
나는 엄마 혈관도 못 만지고ㅠㅠ
엄마 혈관 내 건데 아기 꺼 되니까 싫어ㅠㅠ.”
“봄이가 싫어하니까 엄마 임신 안 할 거야. 걱정 마!”
“정말? 엄마 뱃속이 너무 추워서 아기가 못 있는다고 했잖아.
그래서 아기 없는 거 나도 알아.”
“아... 그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응^^ 나는 똑똑하잖아!
그런데 이 얘기 아빠한테는 비밀이야! 절대 말하지 마~”
“알았어. 걱정하지 마. 얘기하지 않을게.”
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걱정을 하는 것일까.
맛있게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일까.
아니면 평소에 하고 있던 생각을 이야기한 것일까.
티브이 드라마를 보면서 결혼하면 임신을 하는 순서로 알아버린 봄이.
아빠랑 엄마가 결혼을 했다는 걸 얼마 전에 이해했으니
이제 임신을 하고 아기가 태어날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많아진 생각들.
그 생각들을 말로 표현해 주는 것이 여전히 고맙다.
그런데 과연 내가 제대로 적절한 답을 해주는지도 모르겠고
이 이이가 앞으로 또 어떤 생각을 하고 무얼 이야기할지 기대가 되면서도 두렵다.
이럴 때마다 늘 똑같은 생각을 한다.
나는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개선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
책을 읽고 또 읽고 있지만
명쾌한 답보다는 궁금증만 많아지고 있는 것이
아주 작은 출구를 찾지 못하는 미로에 갇힌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