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뿌리와 시작에 점점 시야를 넓혀가는 봄이!
2013년 11월 21일 목
“엄마! 나는 하느님이 만들었지!
그리고 아기도 하느님이 만들어서 주는 거지.
해님도 달님도 어린이집도 귤도 엄마도 오빠도 서현이(봄이의 가장 친한 친구다)도
이 세상에 있는 거 전부 다 하느님이 만든 거지?!
하느님은 뭐든 다 만들어주고 힘도 엄청 세서
사자랑 싸워도 한 번만 때리면 사자 바로 죽어!”
봄이가 갑자기 말했다.
함께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가긴 하는데
친구와 교회 얘기를 해서 하느님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다.
“어?
어!
그래.
맞아.
하느님이 만든 거야”
별다르지 않은 이야기지만 평소에 봄이와 하던 얘기가 아니었어서
나는 살짝 당황했고,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대답이 띄엄띄엄 나왔다.
봄이는 내 대답이 끝나고서도 한참을 가만히 생각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는데,
바로 다음에 봄이가 꺼낸 말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나는 또 당황하고 말았다.
“근데 왜 오빠는 엄마가 낳게 하고
나는 왜 엄마가 안 낳게 하고 다른 엄마가 낳게 했어?
하느님은 다 할 수 있는데 왜 엄마가 나를 안 낳게 했지?”
봄이는 한 번씩 얘기를 하다가
바로 제대로 된 답을 대답하기 힘든 말들을 하곤 하였다.
다시 또 시작되었다.
처음이 아니어서 바로 대처할 법도 한데,
나는 여전히 대처가 느리고 놀란다.
여전히 부족한 엄마다.
내가 너무 고민하면 눈치챌 테고
어떻게 대답을 하는 것이 베스트일까 열심히 고민했다.
고민하는 시간이 길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더 급해졌다.
“하느님이 엄마가 봄이를 안 낳게 한건,
무슨 이유가 있을 텐데 정확한 건 엄마도 잘 모르겠어.
답을 알게 되면 얘기해 줄게.
그런데 너 내가 낳았으면 오빠처럼 많이 아파서,
오늘 아이스크림 못 먹었을 거야!
오빠는 지금도 겨울에는 아이스크림 못 먹잖아.
너는 오늘 밖에서 아이스크림 먹었지?
그런데도 감기에 안 걸렸잖아.
오빠는 겨울에도 겨울이 아니라도 추운 날씨에도 아이스크림은 절대 못 먹어.”
내 대답은 이러했다.
다행히 봄이는 아이스크림 이야기에 넘어갔다.
“엄마, 정말 다행이야!
엄마가 낳았으면 나 오늘 아이스크림 못 먹었을 수도 있겠네. 난 매일 아이스크림 먹고 싶거든.”
아직은 어리고 아이스크림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정말 단순한, 내 딸 봄이다.
그래서 다행이긴 한데,
내 대답이 비겁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엄마는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얘기를
봄이가 이해하지 못해서 말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둘째 난임이라는 내 안의 상처가 건드려지고
만나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봄이의 질문 하나에 많은 생각이 드는 날이다.
조금씩 다시 질문이 많아지는 봄이.
모든 질문에 정답을 말할 수는 없겠지만.
현명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 할 텐데
자신이 없다.
봄이가 질문을 하고 답을 할 때마다
순간 당황해 버리는 게 지금 나의 모습이다.
봄이의 입양이슈에 대한 질문에
흔들리지 않고,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차분하게 대답을 해 주는 엄마이고 싶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겨울로 넘어가기 전,
해가 점점 짧아지는 11월의 가을 이어서일까.
작은 것에도 쉽게 흔들리고 우울해지는 내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