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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딸의 딸이다.

봄이를 감동받게 한 외할아버지의 한 마디!

by 크레이지고구마
생후 5개월 봄이와 봄이가 좋아하는 외할아버지.


2013년 어느 날

봄이는 외할아버지를 좋아한다.

그 이유가 재미있는 게,
더 어린 나이였을 때부터 외모와 스타일에

꽤 중요한 포인트를 두고 있는 봄이였는데
할머니들은 못생겼는데,
할아버지는 잘생겨서 더 좋다고 했다ㅋㅋㅋ

게다가 지난번 부산에 갔을 때,
외할아버지가 김치찌개를 끓여주셨는데
김치를 제일 좋아하는 봄이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봄이는 한창 자란 지금까지도,
그때 부산에서 할아버지가 끓여주셨던 김치찌개가

너무 맛있었다며 얘기하곤 한다.

봄이가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봄이를 감동받게 한 우리 아빠의 한마디가 있다.
그 이야기를 다시금 회상하며 기록한다.

봄이는 한 번씩 입양이라는 이슈로 인해,
많은 질문과 표현을 하곤 했다.

봄이만의 상실을 애도하는 방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봄이는 때때로 한 번씩
“엄마는 내 엄마지?”
“나는 엄마 딸이지?”
라며 말했고, 나의 대답을 확인하고, 확신하곤 했다.

어느 날, 내가 아빠와 통화 중,

봄이의 입양과 불안과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아빠가 봄이를 바꿔달라고 하시더니
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가 봄이에게 말했다.

“봄아! 뭐가 그리 불안하노?

니는 당연히 내 딸의 딸이다.
니 엄마는 할아버지인 내 딸이고,

니는 내 딸의 딸인데,

나는 니가 얼마나 예쁘고 좋겠노.
할아버지가 니 엄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나?
니는 할아버지가 제일 사랑하는 내 딸의 딸인데,

어떻게 내가 니를 안 좋아할 수가 있겠노.
그러니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마라.
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딸의 딸이다.”
(부산에서는 너 라는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너를 니라고 말한다)

우리 아빠는 흔히들 말하는 츤데레 스타일로,
그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살면서 우리 아빠가 저렇게 따스하게 말하는 것을

처음 들어봤고

우리 아빠가 다정하고 따스하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아빠와의 짧은 통화 후 봄이가 미소를 지으며 울었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봄이가 울면서 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으니까.


아빠의 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아빠가 봄이를 입양함에 있어 시작이었고,
봄이를 입양하는데 마지막 결정을 하게 해 준 사람이었다.
입양에 대한 최고의 지지자였다는 걸
아마 봄이도 느끼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할아버지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봄이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큰 확신이 되어
가슴 깊이 자리 잡은 듯하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입양 마주이야기를 할 때
엄마와 아빠의 확신 있는, 애정 가득한 말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아닌 다른 가족이나

입양에 대한 이해나 권위가 있는 누군가의 말이
아이에게는 또 다른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
그것을 그 날의 봄이를 통해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봄이를 통해 배우고 조금 성장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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