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존재하는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2012년 12월 25일,
봄이의 네 번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성당을 다니는 우리 가족에겐
꼭 가야 하는 대축일이다.
모두 함께 가면 좋았겠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아이들은 집에 두고
성탄미사는 나 혼자 다녀왔다.
미사를 드리는 1시간 동안
봄이가 많이 보고 싶었는데,
봄이 생모 생각이 났다.
나는 미사를 드리느라
1시간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은데,
봄이 생모는 봄이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미사 시간동안 계속 맴돌았다.
미사가 끝나고 집에 갔는데,
봄이가 나를 보자마자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엄마가 성당 갔다가 늦게 와서
나는 엄마가 나를 버리고 간 줄 알았잖아!”
“자기 집에다 자기 딸 버리고 가는 엄마가 어딨어?”
라고 웃으며 대답했지만
갑작스러운 봄이의 말에 조금 놀랐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그러나 봄이의 그런 생각이 귀여워서 웃고 말았다.
“텔레비전에서 어떤 엄마가 언니랑 오빠를
집에다 놓고 나가서 안 돌아왔어.
언니오빠가 엄마 보고 싶다고 울었어.”
TV에서 본 그런 장면이 봄이에게 그렇게 남아있다니...
난 정말 깜짝 놀랐다
“봄아, 그 엄마는 그럴지 몰라도,
난 절대 집에다 아이를 두고 나가버리는
엄마가 아니야!
못 믿겠으면 오빠랑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외삼촌한테 물어봐!”
하며 전화를 걸어줬더니 봄이도 웃었다.
이 얘기를 하는 봄이는 불안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TV에서 본 것이 있다 보니,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그날 밤,
잠을 자면서 유독 내 손을 놓지 못하던 봄이는
자면서 몸부림을 치다가 내 손을 놓치면
10분도 안되어 깨어나서는
“엄마 어딨어!” 하며 엉엉 울었고, 다시 잠이 들었다.
여전히 불안함은 조금 자리 잡고 있나 보다.
나는 봄이의 그 불안함을 없애주고 싶다.
봄이의 마음에서 전부 지워주고 싶다.
봄이가 잘 때 나도 마음이 아파서 울어버렸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울었다.
내가 우는 것을 봄이가 알지 못하도록...
언제쯤이면 편안한 마음으로 내 손과 목소리가 없어도,
내가 옆에 있지만 확인하지 않고도 잠들 수 있을까...
지난 10월엔 입양원을 다녀오는 지하철에서
“엄마~ 나는 엄마가 안 낳았지~!”
라고 말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고,
또 어떤 날은 햄버거를 먹다가
“엄마~ 오빠는 엄마가 낳고,
나는 다른 엄마가 낳았지~
그래서 입양했지~ ”
라고 말해서 주위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던 일도 있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은 나에게
“엄마~! 입양 이야기 하는 게 좋아?
이제 입양 이야기는 그만해~!”
라고 말하기도 했다.
“왜? 엄마가 입양 이야기하는 거 싫어?”
“응. 나 입양 이야기 안 듣고 싶어.”
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하였다.
“알았어. 봄이가 듣기 싫으면 당분간 하지 않을게. 괜찮아지면 얘기해~”
이렇게 얘길 했는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미소 지으며 말하는
나 자신에게 깜짝 놀랐다.
평소에도 입양이야기는
한 달에 한두 번 할까 말까인데,
누가 보면 엄청 자주 하는 줄 알겠다.
봄이는 4살이 된 올해에
입양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말로 표현해주고 있다.
내년에 5살이 되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해서
나를 놀라게 하거나
또 다른 입양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겠지.
봄이가 어떤 마음일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전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나는 또 맨 땅에 헤딩을 하듯
그 캄캄한 동굴 속을 혼자서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 동굴 속에 혼자 있다고 느껴지고,
막막해서 눈물이 날 때,
도와달라고 소리치면
내게 손을 내밀어 빛이 있는 곳을 찾아가게끔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지만,
내가 소리를 내면 늘 내 옆에 있었다는 듯이
나를 위로하고 빛으로 안내한다.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2012년의 크리스마스 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