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의 귀여운 협박이 시작되었다ㅋㅋ
2012년 8월 15일 수.
봄이에게 입양사실을 공개했지만,
봄이는 입양이라는 말을 들어서 알 뿐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 단어가 갖는 느낌은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전혀 모른다.
입양이라는 말을 이해하기엔,
봄이는 아직 너무 어리다.
3월에 입양원에 다녀오자고 했을 때
많이 불안해하던 봄이.
처음엔 입양원 앞에서 문을 열지 못하게
소리 내어 울며 싫다고 표현했던 봄이가,
입양원 마당에서 한참을 논 후에야 입양원 문을 열고
입구 의자에 앉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입양원을 다녀온 후,
봄이는 알 수 없는 두드러기로
견디기 힘들게 간지러워했다.
2주간 근처의 모든 소아과들을 돌며
약을 처방받았지만 두드러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엄청난 약을 먹고, 고생을 하다가
대학병원을 다녀온 후에야 비로소 편안해졌는데
대학병원에서도 두드러기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계절이 따뜻한 봄에서 무더운 여름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봄이는 입양에 대해 커다란 감정변화나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불안해하거나
버림받을까 봐 무서워하거나 그런 것 없었고
말로 표현하는 것도 없이
그냥저냥 지내고 있었는데
2~3일 전쯤에 지윤이가 내게 와서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봄이가 입양원으로 돌아가버리겠다고 했다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이 아프다고 하였다.
나는 봄이에게 물었다.
“봄아, 네가 오빠에게 입양원으로 돌아가버린다고 했어?”
“응, 엄마. 오빠가 자꾸 나한테 까불어서
내가 입양원으로 돌아가버린다고 했어.”
하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지윤이를 향한 봄이의 협박? 이 시작되었다.
지윤이는 11살이고, 봄이는 36개월로 4살인데
마음이 여린 지윤이는
개월수에 비해 조금 빠른 봄이에게 또 당하기 시작한다.
오빠 물건은 모두 제 것인 양 들고 가고
지윤이가 자기랑 놀아주다가 잠깐 책을 본다고 책을 찢어서 종이접기를 하고
지윤이가 캠프를 갈 때면,
너 같은 거 필요 없다고 하고는,
지윤이가 가자마자 오빠한테 가겠다며 데려다 달라고 성질내며 울어버리는 봄이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윤이에게 입양원으로 돌아가 버린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
지윤이에게 이야기했다.
“지윤아, 봄이가 입양원으로 돌아가버린다고 해도 갈 수 없어. 너의 여린 마음을 이용하여 협박하는 거야.
동생의 귀여운? 협박이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말고 상처받지 마.”
하지만 지윤이는
봄이가 그럴 때마다
정말 가버릴까봐서 무섭고 두렵고,
지금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오빠를 버리고 갈까 봐 무섭다고 한다.
봄이가 없는 시간은 상상하기도 힘든데,
봄이가 자기를 버리고 떠나면 어떡하냐며 걱정이 태산이다.
봄이에게는
오빠에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좋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가 안 볼 때 지윤이에게 가서 귓속말로 협박하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고 나면 지윤이는 여지없이 자기 방구석에서 훌쩍훌쩍 울었다.
그러면 봄이도 지윤이가 우니까 같이 울었다.
둘이서 껴안고 엉엉 울고
둘이서 나란히 앉아서 울고
협박하는 봄이가 귀엽긴 하지만
지윤이가 많이 울고 상처받는 것 같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에피소드로 남게 되겠지만)
지금도 지윤이는 봄이가 자기를 버리지 않게 해달라고 편지도 쓰고 기도도 한다.
우리는 이렇게 입양가족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입양아인 봄이는 엄마가 자신을 버릴까 봐 두려워하였고,
친생자인 지윤이는 봄이가 자신을 떠날까 봐 두렵다.
나도 봄이를 떠나지 않고
봄이도 지윤이를 떠나지 않을 테지만
열심히 사랑하며 살다 보면
봄이도 지윤이도 두려움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