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가족이 되는 다른 방법 중 하나일 뿐...
2012년 1월 26일 목
입양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수 있게,
입양에 대한 이야기와 입양 사실을
아기 때부터 말해주는 게 더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나도 입양사실을 아기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봄이가 우리 집에 왔던 첫날부터,
수유를 할 때나 잠이 들 때면
가끔씩 이야기하곤 했었다.
“봄아, 너는 엄마가 직접 낳지 않고,
너를 입양해서 우리는 가족이 되었단다.
가족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입양은 그중 하나야.”
입양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듣는 단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곤 하였다.
봄이는 100일 때부터 어린이집을 나와 함께 다녔다.
같은 어린이집이지만
다른 반에서 같이 있는 듯 그게 아닌 듯 하루를 보냈고
작은 가정어린이집이어서
봄이의 일상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봄이는 3월부터 다른 어린이집을 다니게 된다.
입소 전 서류를 내러 가서 원장님과 이야기를 했다.
입양사실을 어린이집에 공개해야 할까?
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함께 어린이집에서 일 년일 넘는 시간을 지켜본 바
봄이는 분명히 선생님들의 관심을 얻고자
무던히 애를 쓸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봄이가 먼저 입양에 대해서 말을 하면
선생님들이 놀랄 수도 있기에,
미리 공개하기로 결정하였다.
봄이가 다닐 어린이집 원장님도 가톨릭신자이고,
입양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하면서
내게 몇 가지 질문을 하셨다.
우리의 대화는 평범했는데
원장님과의 대화 중 한 개가 나를 무섭게 괴롭혔다.
원장님은,
왜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부터
입양사실을 얘기해주고 있느냐고 물었다.
공개입양을 선택했지만, 아기 때부터 굳이 그렇게 입양했다고 말을 해 줄 필요가 있을까...
라고 물어보셨다.
입양가족이 아닌 입장에서
충분히 궁금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나의 대답은 별다르지 않았다.
"입양이라는 단어가 평소 익숙하게 많이 듣는
편한 단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일찍부터 미리 그렇게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요?”하고 물으셨다.
처음에 봄이의 입양사실을 모르셨을 때 원장님은,
“봄이가 성격이 참 좋은데,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고,
엄마와 애착관계 형성이 잘 되어서 그런가 봐요.”
라고 말씀하셨는데
봄이의 입양사실을 듣고 나서는
“어쩐지 원장님과 선생님들에게 호의적인 게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알아서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같은 시간, 같은 상황인데
입양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과 후의 말이 달라지니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입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사람에게
한 가지 상황에 말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또 들었고
내 신념에 자신이 없어졌다.
나는,
입양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친숙하게
그리고 입양은 큰 문제나 스페셜한 이벤트가 아닌
우리에겐 그냥 일상생활의 일부일 뿐이라는 의미로 이야기해 주고 있는 데,
이게 혹시 봄이에게 독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를 괴롭히고,
내 마음을 무너뜨리고 있다.
3일 전쯤 밤
자기 전에 봄이에게 입양했다고 말을 했는데
"엄마, 나는 입양이 아니에요. 입양 싫어요."
라고 봄이는 말했다.
이 말이 내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아마도 얼마 전
"엄마 제발 나를 버리지 마세요."라고 말했던 게
큰 충격이었는 데다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생각도 많았고,
마음도 많이 굳건해진 상태라서
큰 데미지는 없었던 것 같다.
봄이가 “입양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흐르긴 했지만
동시에 내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봄이에게 이야기했다.
“봄이가 생각하기에 입양이 아닌 것 같아?
하지만 그건 사실이야.
엄마가 너를 입양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싫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란다.
입양은 안 좋거나 아닌 게 아니라
엄마가 아빠와 다른 방법으로 너를 낳고 가족이 된 거야.”
봄이를 안고 차분히 얘기했다.
그 이후 봄이에게 입양이 아니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흔들며, “나는 입양 좋아.”라고 말했다.
아직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그냥 하는 말 일 것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있을 테고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여러 가지로 생각도 많아지고, 고민도 많아진다.
3월이 되면
매달 성가정입양원에 후원회미사를 다니려고 하는데
그땐 봄이가 뭐라고 얘기하고 반응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