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가 입양원 문을 활짝 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2012년 3월 18일 일
3월이 되면,
봄이를 데리고 매달 성가정입양원 후원회 미사를 다녀야겠다고 계획하고 있었다.
봄이가 가족이 되고부터
봄이에게 어떻게 하면 입양에 대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입양된 친구들을 만나면
봄이만 입양된 것이 아니라 ,
다른 아이들도 입양으로 가족이 되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봄이가 입양에 대해 자연스럽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생각해 낸 방법 중
또 다른 하나는
입양 관련 서적들을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구매하여
봄이의 눈높이에 맞게 책꽂이에 꽂아두고,
봄이가 꺼내오면 읽어주는 것이었다)
17일 저녁, 봄이에게 미리
“내일은 엄마와 함께 입양원에 다녀오자.”
라고 말을 했는데,
갑자기 봄이가 겁을 먹고는 불안하고 흔들리는
눈빛을 하면서 "싫어!"라고 말하며 울었다.
평소에 입양원에 다녀오자고 얘기했을 땐,
“응, 그래!” 하던 봄이가,
갑자기 싫다고 소리 지르고 뒷걸음치며 엉엉 우는데
어찌나 놀랍고 당황스럽던지...
어린이집에 갈 때,
내가 어린이집에 두고 가버릴까 봐 불안했던 것처럼,
입양원에 가면 내가 입양원에 두고
가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봄이는 어린이집 차를 탈 때, 어린이집을 보내고
엄마는 가버리는 거 아니냐고 여러 번 말했었다)
입양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말한 적이 없고
입양원이 뭐 하는 곳인지 아직은 모를 텐데
그냥 느낌상 불안했던 것일까
봄이의 거부하는 듯 한 눈빛은
분명히 평소와는 다른 불안함이었다.
봄이가 싫다고 울며 뒷걸음질 칠 때의
그 불안한 눈빛을 보고 나니,
내 계획대로 강행할 수가 없었다.
봄이를 위해 조금 더 기다려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일요일 오전, 성당에 가고 있는데, 갑자기 봄이가
"엄마, 입양원 가자."라고 말했다.
눈치 백 단인 봄이라,
내가 가려고 했고,
가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봄이에게
“봄아~ 네가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되는 거야.
엄마는 다음에 가도 괜찮아.
엄마가 가려고 해서 간다고 하는 거라면 안 가도 돼.”
라고 말했지만, 봄이는 가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입양원으로 갔다.
입양원에 도착 후 봄이는 입양원 문 바로 앞에서
겁을 잔뜩 집어먹은 표정을 하고는,
문에 손도 못 대게 하며 울었다.
"열지 마세요."
라고 말하며 입양원 문이 열리지 않도록
손잡이를 꼭 잡고서 울기 시작했다.
안에서 수녀님과 복지사님이 나오셔서 봄이를 반겨주셨는데도, 내게 안겨서 계속 큰 소리로 울었다.
수녀님도 복지사님도 순간 당황하셨을 것 같아서
상황을 간단히 이야기하고,
봄이가 올해 들어 많이 많이 불안해한다고 말했더니
아직 봄이가 어린데, 많이 예민해서 그런 것 같다시며,
엄마인 나를 닮았다며 웃으셨다.
봄이는 입양원 안으로는 절대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였다.
입양원 안에 들어가도 아기를 볼 수 없고,
그냥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가기만 해도 되는데
봄이는 격하게 거부했다.
나에게 안겨서 입양원 문을 열지 못하게 꼭 잡고서 울었다. 무리해서 입양원을 들어갈 이유가 없었기에
우리는 입양원 마당에서 조금 놀다가 가기로 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데도 입양원 마당에서 자전거를 타며 한참을 놀았는데,
1시간이 지나 집에 가자고 하니,
집에 가고 싶지 않다는 봄이는
입양원에서 더 놀고 싶고, 아기들을 보고 싶다고 하였다.
입양원 규정상 아기방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아기들이 모두 코 자서 다음에 보자고 하였다.
한참을 놀아서 목이 말랐는지, 물이 먹고 싶다던 봄이.
물을 먹으려면 입양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더니,
냉큼 들어가서는,
씩씩하게 들어가서 물을 마시고 수녀님과 복지사님께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나올 때는
밝고 예쁘게 인사를 하던 봄이었다.
지금까지는 봄이에게 입양원에 다녀오자고 말하고,
함께 다녀오면 될 거라고 편하게 생각했는데.
봄이의 의외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무엇이 봄이를 그렇게 두려운 얼굴로 서럽고 무섭게 울도록 하였을까.
저 작은 아이의 마음에서 어떤 것들이 소용돌이치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나의 온 마음을 다해보려고 한다.
입양원을 다녀와서 봄이와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다음에도 꼭 입양원에 가서 놀고 싶다는 봄이.
다음 달에는 밝게 웃으며
입양원 문을 활짝 열어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