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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는 말하지 마. 비밀이야!

동생이 갖고 싶은 걸까? 아닐까?

by 크레이지고구마


2014년 3월 12일 수


봄이가 6살이 되면서 임신과 출산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자기 전에 누우면

임신과 동생출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작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그때의 공기는

무겁거나 진지하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가볍지는 않다.

그래서 살짝, 아주 조금 신경이 쓰인다.

“엄마! 나는 아기는 너무 좋은데,

아기가 있으면 엄마랑 아기랑 많이 있으니까

나는 엄마 혈관도 못 만지고,

엄마 혈관은 내 건데 아기 거 되니까 싫어!”

동생은 싫다는 말을 이렇게 는 것 같다.

(봄이는 불안하거나 심심하거나 잠이 들 때

내 손등에 볼록 올라온 혈관을 만지거나 꾹꾹 누르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엄마는 임신하기 힘든 데다 봄이가 싫다고 하니까 아기는 더 이상 낳지 않을 거야~!”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나도 알고 있어^^

엄마 뱃속이 너무 추워서 아기가 못 있는다고 했잖아.

그래서 아기가 없는 거 나도 알아^^”


봄이는,

내가 임신을 할 수 없는 이유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과연 내가 임신을 할 수 있었다면, 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내가 임신을 해서 동생이 생길까 봐 불안해했을까?

그랬더라면,

나의 둘째 난임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둘째 난임판정 후 나는 꽤 힘든 시간을 보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생각하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결혼을 하면 임신을 하고,

아기가 태어난다는 걸 알아버린 봄이는,

내가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을까 봐 조금 불안하기도 한 것 같다.

그런데 동생 이야기를 종종 하는 것을 보면

또 아기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봄이의 생각을 알 수가 없다.


나와 이야기한 후 크게 한숨을 쉬더니 다시 웃는 봄이.

“엄마, 아빠한테는 이 이야기 말하지 마~. 비밀이야~!”

라며 나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봄이는 나에게는 입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지만

아빠에게는 단 한 번도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아빠는 봄이와 잘 놀아주고 다정한 사람인데도,

이상하리만큼 아빠에게는

입양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고

그 어떤 생각도 말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빠가 알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봄이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숨기거나 속이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먼저 말하지는 않고

조용히 기록으로만 남겨두기로 했다.


나는 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내가 대답을 적절하게 하고 있는 건지도 알 수가 없다.


나의 대답이 정답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시간들을 흘려보내는 듯이

우리는 또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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