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는 우리엄마랑 살고 있어서 너무 좋아요.
2014년 5월 15일 목
퇴근을 하고 있는데
봄이의 어린이집 사랑반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휴대폰에 어린이집 전화번호가 찍히면,
순간, 긴장하게 된다.
봄이가 또 무슨 잘못을 했을까?
친구에게 나쁜 말을 한 것은 아닐까?
혹시 다치거나 친구를 다치게 한 것은 아닐까?
등등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는 것은
대부분 긍정적이지 않은 신호였다.
그런데, 사실...
이번 주 또는 다음 주쯤 한 번은 전화가 올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어린이집 주제가 '가족'이라
봄이가 무슨 말을 했을까?
궁금하기도 했었고,
봄이가 분명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말을 했을 것 같아서
선생님의 전화가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가족에 대한 주제.
그리고 계획안에 있던 이 책.
'가슴으로 낳았대요'
솔직히,
이 책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은 아니다.
나는, 가슴으로 낳았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봄이에게 한 번도 그렇게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직접 낳지 않고 입양을 했는데
'낳았다'는 표현이 꼭 필요한가?
굳이?
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고
그 낳았다는 직접적인 표현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감정과는 별개로,
가족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꽤 접근하기 쉬운 책이어서,
어린이집에서 제시할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나 나오고야 말았다ㅎㅎ
이 책으로 인해 봄이가
또 한 번 자신의 입양사실을 선생님에게 이야기할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봄이는 지난번보다 더 구체적으로
선생님께 얘기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많은 이야기 중 한 가지를 내게 전해주었다.
가족에 대해 얘기들을 하는데,
서윤이가 선생님께 다가가서는,
"선생님~ 우리 오빠는 우리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고요,
나는 다른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어요.
그런데 나는 우리 엄마랑 살고 있어서 너무 좋아요."
라고 살짝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다음으로 이어진 선생님의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자연스럽고 담담한 반응.
그리고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봄이.
선생님께서 전한 말과 상황은
내겐 꽤나 감동적이었고
이상적이었고 고마웠다.
아기 때 사진을 보며
자기가 누구를 닮은 것 같냐며
진지하게 사랑반선생님께 묻던 봄이.
선생님이
엄마랑 똑같이 생겼다고 하니 기뻐서 좋아죽더라던 내 딸,
봄이다.
이 책을 읽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는데...
봄이가
"나 저거 아는데"
"나도 저건데"
"나는 아는데"
라며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곤 했단다.
순간, 눈물이 났다.
우리 봄이 가슴에 어떤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입양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봄이가 자연스럽게 입양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가 혼자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노력했는지 모른다.
지금도 너무 힘들고
몸이 부서질듯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며 노력하고 있는데,
작지만 반짝이는 빛을 본 것 같아 기쁘다.
나는, 이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 한번 읽어주고는 그냥 두었는데,
다시 꺼내어 봄이가 잘 보이는 곳에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