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나는 나답게 살 거예요!

어쩌면 사춘기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by 크레이지고구마

봄이의 사춘기는 정말 어마무시했다.

혹독하게 1년, 길게 3년이었는데

봄이의 사춘기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는 몇몇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고 했고

그들 중 단 한 명만 빼고

모두 나에게 파양을 권했을 정도였다.


봄이의 사춘기는 중2 때가 절정이었고

중1 2학기부터 고1 1학기까지,

3년 동안 지속된 것 같다.

물론 그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영혼이 바뀐 사람처럼

다시 착한 딸로 돌아와서 지내고 있는 중이다.




봄이가 초등 5학년 2학기때,

건센에서 입양사후서비스로 상담을 받고 있었다.

방문상담을 하는 것이었는데,

보통은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났으나

그날은 우리가 잠실에서 만났었다.

이렇게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봄이가 그날 굉장히 특이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봄이와 상담 후, 선생님은 나와 이야기를 했었다.

봄이와 이야기한 것을 엄마에게 얘기해도 되는지

봄이에게 동의를 구한 후

봄이가 동의한 선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봄이는 늘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이야기해도

된다고 했는데, 이 말도 전달해도 된다고 했었다.


"내가 이 가족에 맞추어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이제부터 나는 나답게 살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답게 살고 싶어요."


이 말을 선생님께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우선, '이 가족'이라는 단어선택에 조금 놀랐다.

우리 가족이 아니라 이 가족이라니

우리 가족이 반으로 쪼개진 것 같았다.

봄이가 우리 가족에게서

자신을 분리해서 말을 해버렸다.

왜 그랬을까.

우리는 가족인데,

봄이는 우리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것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이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을 수 없었다.


우리에게 맞추며 사느라 힘들었다는 말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선,

봄이는 우리에게 크게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해야 했고,

대부분 해냈었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이라,

자신의 감정 표현이 정확했었고

봄이의 호불호를 파악해서

봄이에게 맞추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봄이가 우리에게 맞추고 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말은,

의아하면서도 두려움을 가져왔다.

봄이가 말하는 '나답게 산다'는 말이 무엇일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조금 어이없게 느껴지고 귀엽기도 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피식 웃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알 수 없는

모호함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봄이의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전혀 몰랐었다.


사춘기가 한창일 때, 봄이가 말했던 '나답게'가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이 말을 했던 초등 5학년 2학기의 봄이는,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짜증이 조금 늘어난 것으로 보아

사춘기가 시작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많은 입양가족들이 '입양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어냈고

그래서 미리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봄이에게는 그 입양사춘기가 오지 않았으면 했다.

아니,정확히 말하자면

적당히 평범하게 입양사춘기를 겪어냈으면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예상과 기대는 완전히 벗어났고

봄이는 사춘기의 바다 한가운데서 큰 폭풍우를 만나

처절하게 부서지고 무너지고 깊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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