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조퇴, 결과, 결석

봄이의 사춘기, 방황의 시작

by 크레이지고구마

"엄마. 나 배가 아픈데 오늘은 학교 쉬면 안 돼?"

출근을 하는데 봄이에게서

문자와 전화가 계속해서 온다.


또 시작이다.

거의 매일 아침 봄이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은

학교를 안 가면 안 되느냐는 것과

늦게 가면 안 되느냐는 것이었다.


이유는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아파도 학교에 가서 보건실에서 약을 먹으라고 하면

"친구들은 아프면 학교에 안 가는데 왜 나는 가야 해?

엄마는 내가 아픈데 학교에 가는 게 더 중요해?"

라며 날카롭게 쏘아대곤 했었다.


봄이가 초등학교 때까지는 학교가 집 바로

옆이었어서 학교를 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우리 가족은 봄이 중학교 입학 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고

배정받은 중학교는 집에서 버스로

꼬박 20분은 걸리는 먼 곳이었다.

버스마저 배차간격이 길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했고, 차를 타는 시간도 길었다.


그러했기에 등교가 많이 힘들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봄이는 초등1학년이 아니고 중1인데다

학교는 늦지 않게 가야 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


봄이가 지각하는 시간이 처음엔 5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지각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지각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5분에서 10분이 되더니

어느새 1교시가 되고, 2교시, 3교시가 되었다.

그리고 제시간에 등교를 한 날은 어김없이

조퇴를 하면 안 되냐고 연락이 왔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나는 일을 하느라 바쁜 데다

연락을 수시로 확인할 수도 없는데

봄이는 언제나 문자와 카톡을 수십 통씩 보내놓았다.


이해를 할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동시에 우리의 갈등은 더 심해졌다.


한두 번이었던 지각과 조퇴는

시간이 갈수록 횟수가 많아졌고,

조금 참기 힘들면 수업시간에 들어가지 않아

무단결과도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중2가 되어서부터는 허락 없이 결석까지 하였다.


봄이의 지각과 결과, 조퇴와 결석은

횟수도 많았지만

고1 1학기까지 긴 시간동안 계속되었다.


중 2와 중 3, 2년 동안 아주 심했어서

진급이 되지 못하고

유급이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봄이도 최소한 출석일수는 간신히 맞추었고

학교에서도 담임선생님과 부장선생님,

교감선생님과 교장선생님까지

모두 관심 가져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봄이는 유급 없이 진급했고,

무사히 졸업까지 하게 되었다.


봄이를 지켜보는 선생님들이

많이 답답하고 힘드셨을 텐데도

봄이가 학교에 오면 더 관심 가져 주시고

좋은 말을 해주면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많이 애써주셨다.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다.

봄이가 이해는 안 되지만 그래도 얘기를 해보면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그리고 부모인 우리가 봄이에게 관심을 갖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지도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여서

선생님들도 함께 해주셨다고 했다.

정말 고마우신 선생님들이다.




봄이에게 물어봤었다.

왜 그렇게 학교 가는 것이 싫은 거냐고.

학생은 학교에 가는 것이 맞고,

너를 가장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이 집과 학교인데

왜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봄이의 대답은 의외로 심플했다.


"힘들어. 친구가 없는 게 힘들어."


"친구가 학교에 안 오면 나 혼자 밥 먹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정말 너무 싫어서 학교에 안 가는 거야."


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봄이는 중학교 입학하면서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고

기존 친구들과 물리적으로도 멀어져 버렸다.

중3 때 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또 한 번 전학을 했고

그로 인해 또 다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 쉽지 않았던 것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전학을 가보지 않았던 나는,

전학으로 인한 친구문제의 어려움을 몰랐던 것이다.

하필 친구관계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두 번이나 이사를 했고

봄이는 전학으로 두 번이나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에 친구들 무리가 형성되어 있는 터라

봄이가 끼어들기 쉽지 않았고

봄이는 전학 간 학교에서도

학교에 적응 잘 못하는 친구들과 친해졌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지각과 조퇴,

무단결과와 결석을 반복했었다.


출석에 강박이 있는 내 성향으로 볼 때

봄이를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 것에

지금도 어려움이 있다.


봄이가 한창 방황 중이었을 때는

이해받지 못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거의 대부분

남편이 등교를 도와주고 있는 데다

2학기부터는 지각도, 결과, 조퇴, 결석도

거의 없어졌고 열심히 학교에 다닌다.


봄이가 중학생 때 나의 목표는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하는 것이었고

고등학교 입학 후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목표다.


목표를 이루기까지 2년 남았다.

조퇴와 결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봄이가 그렇게 하는 것을 이해는 하게 되었다.


자신이 이해받는 것만으로도

봄이의 마음은 조금 자유로워지지 않았을까.


왜 나는 진작에 봄이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그 힘든 일들을 모두 겪어내고 나서야

봄이를 이해하고 수용해 줄 수 있다니

완벽한 엄마이고 싶었는데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모자란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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