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할 땐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처음 혼자서 전도에 나갔다.
그때 기억은 생생하게 난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동방에서 더 포 게임을 왼손에, 더 포 책자 조금을 오른쪽 주머니에 넣었다. 동방에서 사람들은 내게 인사를 했다. 어디 가냐고 물으면 전도를 나간다고 했다. 동방에서 물건을 챙기며 시간을 끌며 같이 가면 좋겠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부담을 주기는 싫어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 마음속은 요동치고 있었다. 혼자 가는 것이 정말 싫었지만 결국 무거운 발걸음을 캠퍼스로 향했다.
4월 말 봄바람이 불고 햇살은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었다. 나는 가장 아끼던 바지와 옷을 입고 어색하게 걸었다. 더 포 게임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몰라 두 손으로 꼭 잡았다. 계속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긴장한 상태라 쉽게 되지 않았다. 어색한 발걸음으로 학교를 한 바퀴 돌았다. 마치 여리고 성을 돌듯이 돌았다. 좋은 날씨에 학생들은 곳곳에 앉아 있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걱정이 가득한 나는 그들을 보며 한 바퀴 또 돌았다.
전도할 때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사람들이 다 전도 대상자로 보였다. 사람들을 볼 때면 전할지 말지 고민하게 됐다. 한 명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저 사람한테 할까..", "저분은 뭐 하고 있지..", "바빠서 거절하겠지?..". "친구들이랑 있으니까 싫어하겠지?..." 그냥 모두가 거절할 것 같았다.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전도를 한다기보다는 거절에 두려워 맴도는 느낌이었다. 마음은 점점 초조해져 갔다.
"그냥 해보자..", "해보고 거절하면 그냥 나오면 되지....", "하나님 용기를 주세요..", "훈아 괜찮아... 괜찮을 거야..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전도를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다잡았다.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30분 동안 사람만 보면 서성이다 끝내 다가가지는 못하고 가버리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마음이 비참했다. 정말 비참했다. 왜 저 나와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해야 할까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답답하고 서러웠다. 울고 싶어 사람들 없는 곳에 숨었다. 부족한 이야기지만 그때 내가 전도를 하는 이유는 그 사람들을 사랑해서가 조금도 아니었다. 이유는 단 하나, 하나님을 사랑해서였다. 하나님을 사랑하는데 복음을 전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내가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하나님께 눈물로 기도했다. 그때의 눈물은 뜨거웠다. 하나님은 계속해서 내 입술을 통하여 일하신다는 마음을 주시며 용기를 더해주셨다. 입술을 꽉 깨물고 스스로 마음속에 얘기했다. "인생 이렇게 된 거 그냥 해버리자. 그냥 포기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어? 그게 좋아?" 나는 이 상태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지만 가슴이 뛰는 일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더 인생이 비참하게 느껴질 것을 알았다.
비장한 마음을 품고 나아 보니 멀리 벤츠에 한 남학생이 앉아 있었다. 전도할 때 갈지 말지 고민한다고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냥 가야 한다. 고민할수록 더욱 두려워진다. 이것을 깨달은 나느 바로 그에게 다가가 얘기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00 대학교 24학번 고훈입니다. 기독교 동아리 CCC에서 나왔는데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한번 해보실래요?"
"네"
예상과는 다른 게 흔쾌히 허락해 줬다. 나랑 같은 24학번이었고 AI학과였다.
이전에 간사님과 했던 데로 했다. 영접기도문까지 읽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생각보다 그리 대단할 것 없이 전도는 흘러갔다. 마치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도전하기 전에는 울며 힘들어했지만 한 후에는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그렇게 한 명 전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다가갔지만 거절을 당하지 않았다. 시간이 다 되어 안전하게 잘 끝냈다.
전도는 할 때마다 두렵고 떨린다. 아무리 해도 떨리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은 거절을 무릅쓰는 일이고 의심의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용기가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한 주가 지나면 초기화되는 느낌이다. 전도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전도는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것이었고, 그것도 많아봤자 한 시간이지만 그날이 내 일주일을 붙잡고 있었다. 상당한 거룩한 부담감이었다. 일주일은 전도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전도하기 전에는 하나님께 매달리며 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보냈고, 전도한 후에는 복음을 전했다는 기쁨으로 살아갔다. 전도를 한다는 이유로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게 됐다 아니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한주가 돌아오자 또 전도를 해야 했다. 혼자서 두 번째 전도를 나갔을 때는 거절을 하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 내가 다가가면 신기하게 다 들어주었다. 그러나 삼 주째에는 거절을 많이 당했다. 특히 여러 명이 있는 곳에서 거절당할 때 힘들다. 거절하면 사람들의 쳐다보는 눈치가 느껴지고 옆 사람들도 자신에게 오기를 원하지 않는 눈빛을 준다.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는 사람들, 거절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날도 용기 없이 낙심하여 돌아다니다 어떤 어른이 벤츠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학생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어 교수님처럼 보이는 분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00대 24학번 고훈입니다. 기독교 동아리 CCC에서 나왔는데 성경 게임이 있는데 설명 한번 들어보실래요? “
힘든 마음을 감추고 차분히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학생이 아니라서 안 해도 돼요. 그리고 지금 식사를 하고 있어서 안될 것 같아요"
나름 친절하게 거절했지만, 거절은 역시 거절이었다. 또 축 쳐져 떠나려고 하는 순간 그분은 나를 다시 불렀다.
"저기.. 동아리 이름이 뭐라 했죠? “
“기독교 동아리 ccc입니다”
“아 CCC요? 저도 C맨이었어요! CCC였군요!”
“아 그런가요. 사실 저는 전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알고 보니 예전 대학생 때 나와 같은 C맨이었다. 또한 정교수는 아니지만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계셨다.
“저는 기독교이니 저한테 전하지는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 전해줘요. 아 뭐라도 줄게 없나… 너무 장해네요 “
뭔가를 찾으시더니 검은콩우유 하나를 주셨다.
“감사합니다”
“파이팅 해요~!”
거절만 당하다가 c맨이었던 분을 만나 검은콩 우유를 받아서 감사했다. 눈물이 났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하나님은 내가 힘들고 지쳐하는 모든 순간 함께하시고 계셨던 것이었다. 내가 너무 낙심하지 않도록 검은콩 우유 하나를 주셨다. 가끔 전도할 때 기독교인을 만나게 하사 힘을 주시는 경우가 있다. 이때도 그러했다. 검은콩 우유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자 용기였다.
여전히 같이 하는 사람은 없었다. 용기는 초기화 됐다. 매주 혼자 나가야 되는 것은 부담스럽고 매번 죽을 맛이었다. 참 부담이 되었지만 그냥 편안하고 안락하게 대학생활을 하는 것은 더 싫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동역자를 달라고 계속 기도했다. 어느 날 하나님이 말씀해 주셨다. 동역자를 주시겠다고. 그러나 응답의 시기는 바로 오지 않았다.
한편 전도하면서 미묘했던 것은 동아리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는 내가 혼자서 동아리 활동 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전도하다 순장님들을 만나면 뻘쭘했다. 어떤 누구에게도 전도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전도하다 혜지*를 만났다. 혜지는 24학번 같이 들어온 친구였고 이때까지 별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어 혜지야 안녕"
웃으면서 얘기하려고 했다. 나는 갈 데도 없이 그냥 서성이고 있었고 매우 지친 상태였다.
"오빠,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아…. 지금 전도하고 있었어"
약간의 공백이 있었다. 무슨 할 말이 딱히 없었다. 무슨 말은 해야 할지 몰랐다.
"혜지야 나랑 한번 같이 전도할래?"
할 말이 없는 그 순간, 갑자기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이 나왔다. 나도 애매해서 한 말이었지만 본심이었다. 누구도 같이 하지 않는 전도였지만 누군가라도 같이 해주기를 바랐던 심정이었다. 다만 순장님들이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별로 이야기도 해보지 않은 신입생이었다.
"어....... 그래! “
혜지는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 한지는 모르겠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요청은 혜지에게는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리라.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상황은 어색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온 이 요청은 전도를 뒤바꾸는 계기가 된다. 우연처럼 보이는 이 만남은 하나님의 계획하심이었고 대학생의 가슴 뛰는 도전-전도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혜지는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