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쫓겨나는 건 아니겠지?"
전도를 결심하고 나서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실행은 빨랐다. 문자를 보낸 다음날이 마침 전도를 하는 날이었다. 나는 바로 하겠다고 했다.
일을 저질렀지만 두려웠다. 그날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학교에서 쫓겨나는 건 아니겠지?", "안 좋은 소문이 돌면 어떡하지?". "훈련생 간사님이라는 분들은 여기 학생도 아닌데 남에 학교에 와서 전도를 해도 괜찮은가?". 별 상상을 다했다. 퇴학당할 경우까지 생각했다. 이때까지 보아왔던 전도는 길거리에서 거절당하면서 책자 나눠주는 것이었고 그것은 누가 봐도 질타받는 일임이 너무 당연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내가 복음을 전하며 내 입술을 통하여 일하리라는 마음을 주셨다.
다음날,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나름 꾸미고 나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동방에 가보니 세분의 간사님들이 계셨다. 팀을 두 팀으로 나누었고 나는 승원간사님이라는 분과 전도를 나갔다. 전도를 어떻게 할지 참 궁금했던 차라 간사님께 물어봤는데 간사님은 자기가 어떻게 전도를 하는지 직접 보여주겠다고 하셨다.
전도 도구는 심플했다. '더 포 책자', '더 포 게임' 두 가지였다. 승원간사님은 이 두 가지 도구를 들고 캠퍼스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한성대 정동아리 CCC에서 나왔는데 게임을 한번 준비해 봤습니다. 한번 해보실래요?"
승원 간사님은 의자에 앉아있는 한 학생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네 해보겠습니다."
학생은 약간 경계를 했지만 허락해 줬다.
"심볼의 순서를 맞춰보세요"
학생은 못도 모르게 고민하다가 하나씩 순서를 맞춰갔다. 하트, 나누기, 물음표, 십자가
"혹시 왜 그렇게 순서를 맞췄나요?"
승원 간사님은 여유 있게 학생에게 질문까지 했다.
"(하트)사랑을 (나누기)나누면 (물음표)뭐가 될까요? (십자가)예수님?.. 잘 모르겠어요"
간사님은 하트, 나누기, 십자가, 물음표의 순서를 맞춰나갔다.
"왜 이렇게 순서가 되는지 설명해 드릴게요"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음악이나 책 영활들은 끊임없이 사랑을 노래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은 어떤 건가요?... 진정한 사랑은 하나님께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간사님은 책자를 읽어주며 때로는 질문을 하기도 하며 전도를 이어나갔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내가 생각한 전도는 길거리에서 물티슈와 전단지 나눠주며 사람들의 안 좋은 시선을 받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처음 멘트가 "예수님 믿으세요" 또는 "교회 다니시나요?"가 아니라 "게임 한번 해보실래요?"였다. 이것은 전도라기보다 그저 대화에 가까워 보였다.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기독교 4영리를 짧고 굵게 빠짐없이 설명했다.
간사님이 두 번 전도해 보자 나도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해보기 전까지는 어렵고 막막해 보이지만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은 여전히 긴장되긴 했지만 처음에 거절하지 않으면 게임 진행하면서 책자를 읽어주면 되는 것이어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이날 나는 집에 와 전도 보고서를 다음과 같이 썼다
내가 직접 전한 사람은 2명
간사님들과 전도한 사람 4명
첫 번째 내가 전한 사람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
수업시간 때문에 갔음
두 번째 사람 24학번
나름 반응이 괜찮았음
영접기도까지 따라함
거의 2시간 가까이 전도했음
하나님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셨다. 많이 나타나는 형태이지만 첫 번째 전도할 때는 보통 거절을 많이 당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첫 전도에서 너무 상처를 받지 않고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용기를 주시려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주 간단한 보고서이지만 그날부터 지금까지 매번 전도를 하고 보고서를 쓰게 됐다. 시작하는 그때는 잘 모르지만 처음에 잡힌 습관은 이후에 많은 부분을 결정했다. 전도에 있었던 은혜를 잊기 쉽기에 사진이든 글이든 기록을 남기면 좋다. 나중에 볼 때 힘이 된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첫 번째 캠퍼스 전도를 잘 마치고 교회에서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했다.
하나님은 내 입술을 통하여 일하리라는 말씀을 더욱 강하게 주셨고
마음속에 단 한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전도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한 번의 결심은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는 계기가 된다.
물론 맹세를 것은 아니었다. 나는 하나님께 "매주 전도하겠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혹여나 못 지켜서 죄가 될까 그러했다. 다만 하나님께 매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나는 어떻게든 그 상황을 만들어갔다.
문제는 결심에서 생겨난다. 결심을 방해하는 것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애초에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상황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결심하면 상황을 만들며 나가게 된다. 결심은 쟁취하는 것이며 미래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니엘은 왕의 음식과 그의 마시는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리라 결심하고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도록 환관장에게 구하니 (다니엘 1:8)
다니엘은 결심했다 그리고 세상에 저항했다. 이러한 결심은 왕의 명령을 어기게 됐지만 더욱 얼굴에 빛이 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 다른 부분에서는 우상에게 절하지 않는다고 결심했다. 그로 인해 풀무불에 던져지지만 하나님은 다니엘을 구원하셔서 왕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경외하게 하셨다. 결심은 고난을 만들지만 고난 가운데 하나님은 더욱 역사하셔서 고난을 뛰어넘는 은혜를 주신다. 그리고 그 결심과 고난 속에서 사람은 성장한다.
나도 그러했다. 나의 결심으로 인해 결국 고난이 찾아온다. 내 가슴은 더욱 뛰었고 가슴뛰는 일에 도전할수록 이전에 보지 못한 인생의 다른 빛을 내기 시작했다.
대학생의 아름다운 도전-전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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