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같이 할래?”
얘기도 거의 안 해본 혜지에게 갑자기 전도 요청을 했다. 집에 돌아온 뒤, 혜지에게 부담을 준 것 같아 문자를 보냈다.
"아까 내가 보자마자 갑자기 전도하자 해서 미안. 전도하다 지친 상태에서 너를 만났는데 반가워서 얘기한 건데 부담되는 말을 한 것 같아. 신경 쓰지 마"
부담주기는 정말 싫었다.
"어 괜찮아~ 다음에 같이 하자."
혜지는 아무렇지 않게 답장을 했다. 괜히 부담되는 말을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었다. 혜지가 정말 같이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난 어느 날, 또다시 혼자 전도를 해야 하는 날이었다. 매번 혼자 전도할 때 무척 힘들었다. 힘들어 기도하던 중 하나님이 혜지에게 연락해서 같이 해보라는 마음을 주셨다. 전도 당일 오전 혜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신기하게 혜지가 같이 한다고 했다. 이상한 일이지만 부담 줘서 미안하다고 한 내가 다시 요청한 것이었다. 참 미묘했다.
그렇게 혜지와 전도를 하게 된다.
누군가 나와 함께 처음 전도할 때, 그리고 그 사람이 처음 전도를 한다면 하나님 앞에서 간절한 기도제목이 있다. 바로 첫 전도가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해 달라는 것이다. 첫 전도에서 거절을 많이 당하고 힘든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다음 전도는 훨씬 힘들어진다. 또한 그로 인해 전도할 때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면 더 거절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이 전도의 악순환이다. 반면 선순환은 전도에서 성공 경험을 얻게 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거절의 확률을 낮추게 된다. 전도에서 자신감은 정말 중요하다. 뛰어난 말솜씨보다 자신감이다.
학교에 오면서 혜지를 위해서 기도했다. 처음 전도할 때 내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신 것처럼 혜지에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혜지는 처음 전도였는데 전도를 담대하게 잘했다. 별로 긴장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말을 더듬거리지도 않았다. 거절도 많이 당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셨다. 둘이 전도를 하니 편하고 사람들이 더 잘 들어주는 것 같았다.
솔직한 이야기지만 사람에게 다가갈 때는 여자가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다가가기 좀 어려움이 있지만 여자는 남자 여자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도 그러했다. 남자 간사님들이랑 할 때나 혼자 할 때 대부분 남자에게 가거나 여자 남자 여러 명이 있는 곳에 갔지만 여자 혼자 있는 곳은 가지 않았다. 하지만 혜지랑 할 때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전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도 전도의 팀을 짤 때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을 한 팀으로 짜는 것을 선호한다.
둘이 함께 전도하면 체감상 3배는 쉽게 느껴진다. 거절을 당해도 서로를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낙심해도 한 사람이 자신감이 있으면 낙심폭이 줄어든다. 혼자서 다가가면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두 사람이 같이 가면 의심도 덜한다. 한 사람이 전도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마음속으로 기도를 해줄 수 있다. 서로 옆에서 맞장구를 쳐줄 수도 있다. 예수님께서 왜 제자들을 둘씩 보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마침 그날 서은순장님이라는 분과 혜지와 전도를 끝나고 같이 만나기로 했었는데, 서은순장님이 전도 중간에 참여했다. 이날 거절도 거의 당하지 않고 즐겁게 전도를 마쳤다.
그날 혜지와 그리고 마지막쯤에는 서은순장님과 같이 전도했다. 서은순장님도 혜지도 대학교에서 처음 전도하는 날이었다.
이날에 기쁨은 말로 할 수 없으리라.
혼자서 하다 지쳐 힘들 때쯤 하나님은 내게 동역자를 주셨다. 혼자서 전도한 날은 한 달이었다. 그 한 달은 하나님께 붙잡힌 한 달이었다.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 나아가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다. 그 시기는 고난이었지만 죄로 인한, 인생의 수고로 인한 고난이 아니었다. 하나님을 사랑함으로 선택한 고난이었다. 이런 고통 가운데서 하나님을 찬양할 때 이 고난은 두 배의 기쁨이 됐다.
처음부터 동역자를 붙어주지 않았기에 나는 혼자서 해야 했어서 전도를 더욱 익힐 수 있고 야성이 생겼다. 왜 힘들게 혼자서 전도를 하게 하셨을까? 개인적으로 전도를 타인에게 알려주기 위함인 것 같다. 혼자서 오로지 복음으로 담대하게 모르는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전도를 가르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동역자와 같이 전도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정말 야성을 기르고 싶다면 혼자서 해보는 경험도 좋다.
대학 한 달을 다닌 후, 공허함을 느낀 나는 전도 앞에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훈련생 간사님들과 전도를 하며 연습을 하고
혼자서 캠퍼스에서 분투한다
한 달이 지난 시점 혜지와 서은 순장님과 함께 전도한다.
그로부터 이틀 후 간사님께 연락이 온다.
<훈이의 TMI>
최근에 저는 전도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하나님이 제게 주신 은혜를 기억하여 영적으로 유익했습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참으로 기쁜 마음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에 한 가지 걸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전도했던 저의 공로를 드러내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입니다. 하늘나라의 상이 줄어드는 게 아닐까? 아니면 어쩌면 확실히 줄어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람들을 의식하여 전도를 하나 생각도 했습니다. 최근 인스타에 제가 전도했던 사연을 올라가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글을 이어나갈지 말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게는 글을 이어나갈 수 있는 강한 바람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저와 같은 전도의 글을 읽었다면 전도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예로 네이버 블로그에 "이화선 간사님"은 매일 전도한 글을 올리는데 저는 그분의 글을 읽으며 전도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실제 사연에서 얻은 교훈들을 함께 나눈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전도할 때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재밌게 읽을 수 읽으시더라도 글을 통해 독자분들에게 전도의 역사가 일어나길 바랍니다(그러면 저의 상은 두배로 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언제든 궁금한 것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또한 전도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제가 가능한 선에서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