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상상들
군대가 답답하고 지겨울 때 군대를 벗어나고 싶지만,
400일도 넘게 남은 나의 전역날을 바라보면
위로는커녕 오히려 낙담이 된다.
그렇지만 군인의 꽃이라 부를 수 있는 휴가라는 게 있다.
언제든 원할 때 사용하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래서 나도 11월에 휴가를 쓰기로 했다.
육군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휴가는 24일 연가와 4일 신병 위로 휴가 이렇게 총 28일이 있다. 나는 적당하게 첫 휴가에 5일 쓰기로 했다.
귀한 휴가는 일분일초가 너무나도 소중하기에,
군대에서 나가는 순간 들어오는 순간까지 계획을 짠다.
나도 계획을 치밀하게 짜기 시작했다.
일단 먼저 혼자 나가고 혼자 들어오면 심심할 수 있기에,
같이 나가고 들어올 동기들을 찾았다.
같이 나가고 들어오기로 한 찬영이 형과 진욱이,
먼저 ktx를 구매하기로 했다.
몇 시에 출발해서 뭘 먹고, 어디를 들리고,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우리의 행복한 고민들은 우리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군대에서 해야 할 일들을 다하고 나면,
누구랑 만날지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았다.
군대에서는 근무를 뛰고, 일과를 마치면
지쳐서 힘들고 우울해지지만,
동시에 휴가에서 만날 사람들을 생각하면,
힘이 나고 가슴 뛰는 상상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동시에 사회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소중한지를,
인생의 행복이란 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유를 얻는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됐다.
군대에서 지치고 힘들고 막막할 때가 있지만,
덕분에 사회에서 당연하게 생각했건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이지,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군대에서 어두운 밤하늘은 여전히 하늘을 채웠지만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작다 무시했던,
작은 별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오늘따라 더 빛나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