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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의 작고 사소한 배려

“나도 꼭 좋은 선임이 되어야지”

by Joel 훈

나는 경계병이기에 철책을 따라

3km~5km 1시간가량 산을 탄다.

꽤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오르막길을 갈 때는 숨이 찬다.


항상 순찰을 갈 때는 아이스백에다 물을 여러 개 챙겨간다. 아이스백은 크로스백이라 순찰 내내 들고 가면

한쪽 어깨가 살짝 아프다.

그렇기에 아이스백을 들고 가는 가는 사람은

당연 짬이 제일 낮은 이병, 일병의 몫이다.


하루는 6명에서 순찰을 타러 갔다.

이 날도 당연히 짬이 제일 낮은

내가 아이스백을 메려고 했다.


그런데 맞선임 홍승우 일병이

아이스백을 메고 내게 주지 않고,

달라고 해도 도무지 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는 빈손으로 산을 탔다.


나는 생각하며 다짐했다.


”아주 작고 사소한 배려이지만,

나도 선임이 되면 꼭 홍승우 일병처럼

후임에게 좋은 본을 보여줘야지 “


중간에 멈춰서 철책에 붙은 넝쿨을 제거하는 시간이 있었다. 홍승우 일병이 아이스백을 내려놓은 순간을 틈타 내가 챙겼다. 홍승우 일병이 들겠다고, 나는 내가 들겠다고 서로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래도 끝까지 자기가 들겠다고 하면서 나에게 얘기를 했다.


“훈아, 나는 너희도 후임이 생기면

후임한테만 들게 하지 말고,

너희가 들어주면 좋겠어.

그러니까 어서 아이스백 줘 “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홍승우 일병님의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확실히 이해했고

저도 홍승우 일병처럼

줄곧 후임을 배려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반드시 홍승우 일병님처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가방은 제가 들겠습니다”


아주 작고 사고한 배려였지만 내 마음을 울렸다.

무엇보다 말로만 하지 않고 몸소 보여줌으로써

알려주려고 하신 모습이 감동이 되었다.


나는 군대에 있는 동안 순간순간 마음에 새긴다.

“후임한테 이런 것은 하면 안 되겠구나”,

“나중에 후임한테는 이렇게 대해주는 게 좋겠구나”

“나도 꼭 저 선임처럼 해줘야지”


부조리는 분위기와 함께 지속되고,

자기가 당한 대로 대물림해주는 성향이 있다.

그래도 희귀하지만 선순환도 있다.

바로 역지사지를 생각하며

그 위에 사람이 밑에 있는 사람에게

내가 받고 싶은 대우를 해주는 것 즉

예수님의 황금률,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는 것,

본을 보여주는 것이 그것이다.


예수님은 그 누구보다도 놓은 분이셨지만,

누구보다 낮은 모습으로 섬기셨다.

나도 예수님처럼,

섬기고,

홍승우 일병처럼,

배려해 줘야겠다.


오늘도 어두운 밤이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작은 별 빛은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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