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인형 하나 없이, 먹구름 속을 걷고 있는 우리
비가 올 것 같은 날,
우산은 없고,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학교든 회사든, 이제 곧 집에 가야 할 시간인데
도무지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그럴 땐, 가방을 뒤집어쓰고 뛰거나
엉뚱하게도 곰인형 같은 걸 머리에 얹고 우스꽝스럽게 달려가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귀엽긴 하겠지만, 현실에선 거의 없겠죠.
그래도 그런 ‘비상 상황’이 우리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런 시기입니다.
출산율은 역대 최저, 노동 인구는 줄어들고
제조업은 중국의 빠른 기술 성장에 추월당할 위기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먹구름이 몰려오는 걸 보면서도 우산을 찾지 않습니다.
우산은커녕, 어디쯤 비가 오는지도 모르는 듯 조용하지요.
이는 어쩌면 ‘상처를 느끼지 못하는 몸’ 같기도 합니다.
상처는 고통스럽지만, 우리에게 “여기 위험해”라고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그 통증 덕분에 우리는 불에 다가가지 않고, 벼랑에서 물러나죠.
그런데 만약 아파도 아프지 않다면?
작은 촛불에도 몸이 타들어가는 걸 눈치채지 못한 채,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화상을 입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습니다.
경제적 위기, 인구 감소, 기술 격차.
그 어떤 것도 갑자기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금 있는 ‘노동력의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감정적 보상입니다.
단순히 돈만으로는 더 이상 사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왜 이 일을 하는지’,
그 이유를 마음으로 느끼는 일입니다.
회사의 이념이 명확하게 공유되고,
각자의 자리가 회사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사람들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게 바로 ‘곰 인형을 머리에 뒤집어쓰고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동기’입니다.
조금은 엉뚱해 보여도, 그 마음엔 자기 일에 대한 의미와 책임이 담겨 있거든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기술 혁신도 아니고
갑작스러운 인구 반등도 아닙니다.
이미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일하는가’를 묻는 것.
그리고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
그럴 때, 먹구름은 거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에도 두려움 없이 걷는,
우리만의 ‘우산’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작가 링크드인:www.linkedin.com/in/jihoonson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