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라는 먹잇감
여위고 키 큰 여자
창 밖에 서있습니다.
화장하는 손놀림을 무심히 들여다보고
둘러앉은 저녁 밥상도 지긋이 지켜보더니
베개맡에 긴 그림자 하나 걸쳐두고서
어제인 듯 내일인 듯 밤새 서있습니다.
나는 그 여자에게
한 번도 문을 열어준 적 없습니다.
겨우내 뭉쳐뒀던 눈송이처럼
희고 탐스런 욕망들을
저렇게 높직이 매달아 놓고
수줍음도 없이 자랑도 없이
그 여자 그저 거기 서있습니다.
서늘하고 환한 빛에 잠이 깼지만
나는 그 여자에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습니다.
여위고 키 큰 여자
창 밖에 서있습니다.
찬비 듣는 새벽녘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홀로 서있습니다.
차마 손수건은 건넬 수 없기에
나는 슬그머니 돌아누웠습니다.
시리고 아린 눈물방울들
두 주먹으로 쓱쓱 털어내며
이제는 다 울고 난 그 여자
그래도 가지 않고 창밖에 서있습니다.
향내도 없이 바람도 없이
그 어느 기척도 없이
나는 또 봄밤만큼 여위고 키가 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