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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03. 2021

한여름밤의 공포

“형, 무서워. 화장실 같이 가자”

  어둠이 자욱하게 내려앉았다. 달빛도 구름에 가려져 칠흑 같았다. 잠에서 덜 깨어 속옷 차림으로 나와서 인지 쌀쌀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동생은 공포물을 좋아했다. 공포물 중에서도 원한 깊은 귀신이 나와서 누군가에게 복수하거나 갑자기 무언가 튀어나와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종류를 즐겨 보았다.  


한밤 중 모두 잠이 들었고 동생은 나를 깨웠다.

“형, 무서워. 화장실 같이 가자”

“자다가 무슨 화장실이야?”


 화장실이 집과 분리된 형태인데 깊은 원형 구멍 형태에 나무틀만 걸쳐 놓여있었다. 공포영화를 보고 난 뒤라 혼자 가는 것이 더욱 무서웠던 모양이다.


“형, 거기 있어? 먼저 들어가면 안 돼. 형, 무서운데 노래 불러주면 안 돼.”

귀찮음에 투덜거렸지만  노래를 불러주다가 높은 톤으로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하며 놀려주었다. 동생은 그만하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 이후에도 화장실을 같이 갈 때면 종종 약을 올렸다.


 동생은 매번 무서워하면서도 공포영화는 밤에 봐야 제 맛이라고 밤에 보고 무서워서 잠을 못 이루곤 했다. 화장실이 집 안에 있는 곳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동생은 밤이면 늘 나를 찾았다.


 동네에 아무도 찾지 않는 우리만의 아지트가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과자도 준비해놓고 나와 동생은 둘만의 공간에서 놀았다. 학교 친구 중에 한 명이 우리 아지트에 놀러 오고 싶다고 하여 큰 맘먹고 데리고 갔다.


 그 친구는 아지트를 보자마자 냅다 달렸다. 영문도 모르고 우리도 함께 뒤를 쫓았다.

 “저긴 상여를 모시는 곳이잖아. 너랑 안 놀아.”

하고 소리를 치고 바로 집으로 가버렸다.


전등이 없어 항상 깜깜한 상태로 놀았기 때문에 상여가 있는 줄 몰랐고 당시엔 상여를 본 적이 없어 봐도 몰랐을 것이다. 모를 땐 재미있게 놀았지만 다시는 그곳에 갈 수 없었고 그렇게 아지트를 잃었다.

 

 중학생이 된 동생은 드럼을 배웠고, 나는 기타를 연주했다. 우리는 교회에 종종 가서 함께 찬양 연습을 했다. 주로 하교 후 연주했기 때문에 늦은 저녁이었다. 연습을 마치고

불을 끄는 순간 “불은 왜 끄니?” 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있는 걸 못 보았나? 하고 불을 켜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 여자 목소리 못 들었어?”

동생도 들었다고 했고 우리는 불을 끄자마자 집으로 도망가다시피 했다.

 

  그 이후 교회에서 여자 목소리를 들은 일은 무서운 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단골 메뉴가 되었다. 우리는 밤이면 서로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며 심장을 졸였다.


 하교를 늦게 하는 날이면 무서운 이야기가 필요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15분 정도 걸렸는데 주위에는 논만이 펼쳐져있고 저 멀리 보이는 산에는 무덤이 있었다. 가끔 도깨비 불이라도 볼 때면 뛰어가다시피 집으로 향했고 전봇대나 전선에 비닐이라도 걸려있어 바람에 흔들릴 때면 찬송가를 부르며 집을 향해 뛰었다.


 신기한 것은 어른이 된 후에 무서웠던 경험을 하지 않게 되었다. 동생과 공포영화를 보던 시간들이 추억이 되어서일까? 어른이 되면 요정을 볼 수 없다던 어떤 책의 문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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