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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Dec 07. 2021

술과 함께

알쓰원과 알쓰투

 처음 마셔본 술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수학여행을 가기 싫었던 친구 두 명과 함께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등교를 했다. A군과 K군, 그리고 나 셋은 자율학습이었다. 다른 학년 선생님들이 같이 챙기기로 했던 모양이었지만 출결 체크 외에는 자유였다.


 A군은 우리만의 추억을 기념하자며 아버지의 백포도주를 몰래 물병에 넣어서 가져왔다. 친구의 맛있다는 말에 기대했고 학교에서의 일탈행위는 스릴 있었다. 물론 맛은 없었다. 얼음이라든가 곁들여 먹을 것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고 쓰기만 했다. 우리는 몰래 마시고 몰래 뱉었다. 그리고 서로 웃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메신저로 사람들과 많이 친해졌었다. 다들 만나서 인사하기로 했고 개강총회에서 만났다. 총회 전에 오티 때 술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경험하고 주량이 센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마신 친구들이 내 얼굴빛이 그대로라며 술을 잘 마신다고 이야기했고 먼저 취한 친구들을 수습하고 끝까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회에서 초반에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술을 한 잔 두 잔 받았다. 어느샌가 술이 술을 먹고 있었고 이성의 끈을 놓았다.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는데 당시 마음에 두고 있던 “M”양과 잘 되게 해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M양과 그녀의 친구들도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상황에서 M양은 도망가듯 자리를 벗어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애타게 M양을 부르며 찾았다.


 다음날 동기의 기숙사에서 일어난 나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생중계해주는 동기 덕분에 어렴풋이 기억났던 조각들이 맞추어졌다.

 “그냥 자퇴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아마 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우리 학부는 4개의 반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반끼리의 교류가 많지 않았다. 총회 때 일로 뜻하지 않게 얼굴이 알려졌다. 그리고 M양에게는 바로 거절을 당했다. 알코올의 역사는 <주정과 차임>으로 기록되었다. 술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사람들과 만나고 쉽게 친해지는 것에는 술이 빠질 수 없었다.


 첫 실수는 술자리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었다. 나는 음주 그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쓰기만 하고 취해서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 술을 마실 때면 안 취하기 위해 긴장을 하고 마시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위해 함께 마시지만 혼자 마시진 않는다.


 대학 시절이 술의 전성기였다면 부흥 시기를 맞은 것은 아내와 연애 초기였다. 아내는 애주가이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아내와 가까워진 계기는 두 말할 것 없이 술이었다. 술자리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사귀게 되었다. 사귄 이후에도 술은 빼놓을 수 없었다.


 둘 다 술을 어느 정도 마시면 평소보다 많이 업이 되었고 노래방을 찾았다. 함께 신나는 90년대의 노래를 많이 불렀다. 알코올은 우리의 큐피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연애를 하면서 사실 술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커밍 아웃했다. 가끔씩 아내와 기분을 낼 정도로 마시긴 하지만 초기만큼 폭음을 하진 않는다. 이제는 아내의 주량을 알기에 과음을 하는 것 같으면 옆에서 말린다.


나는 맥주 한 캔을 마시면 잘 안 마신다. 술보다는 탄산음료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아내가 술을 마실 때에도 탄산으로 건배를 하기도 한다. 요즘은 이슬 톡톡 으로 취향을 바꿔서 퇴근 후 가끔씩 한 잔 하고 있다.


 아내도 요즘은 맥주 두 캔이면 만족하고 취기가 올라서 자는 편이다. 주말 저녁에 아내가 영화 보면서 마시자고 피처 하나를 샀다. 둘이 나누어 마셨는데 내가 두 잔, 아내가 세 잔 정도 마셨다. 영화를 보겠다더니 둘 다 취기가 올라 저녁 8시부터 잠을 잤다.

 

나는 보통 11시는 되어야 잠을 자는데 두 잔에 기절하다시피 잔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우린 이제 집에서만 가볍게 마셔야겠다고 했다. 월요일 아침, 지하철에서 나는 이렇게 인사하고 내렸다.

 “안녕, 알쓰 원.”

 아내도 화답 인사를 했다.

 “안녕, 알쓰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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